총장 취임사에서 인성교육 중 ‘밥상머리 교육’에 중점 두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밥상머리’에서 예절, 공손, 절제, 배려, 나눔의 정신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학교 미사는 매주 전례 담당 신부님들이 돌아가면서 맡고 계신데, 일주일간 해당 신부님이 신학생들과 함께 식사한다. 총장은 매 학기 첫째 주간의 전례 담당을 맡고, 일주일간 학생식탁에서 각 학년 신학생들과 돌아가면서 식사한다. 이는 수원 신학교의 오랜 전통으로 교육적인 차원에서 ‘한솥밥의 식구’ 라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어느 책에서, 오래전 우리 민족의 관습 중에서 ‘타지 사람에게 밥을 줄 때는 식구들이 먹는 솥이 아닌, 다른 솥에서 밥을 지어 주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는 배타성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라는 강한 동질감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유가 어찌됐든, 우리 신학교 안에는 신부와 신학생이 격의 없이 식사하고 담소 나누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자면, 저학년 학생들과 식사할 때는 가끔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 이유는 저학년들은 신학교 공동체 생활을 적응하는 과정 중에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물리적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소통은 이해를 전제로 하는데,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저학년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지금은 고인이 되신 아버지 신부님이 많이 생각났다. 나의 신학생 시절에 신부님은 식사 예절을 강조하셨다. 그분은 현장실습(식사시간)에서 식사예법을 가르치시곤 했는데, 때로는 그분의 가르침이 우악스러워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밥상머리 교육’이었는데…. 가끔 고인이 되신 그분의 열정적인 모습이 그리워 질 때가 있다.
지금은 입장이 바뀌어 신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으니…. 밥상머리 교육은 인성교육에 있어서 가장 근간이 되는 것으로, 이 교육은 신학교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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