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극단을 데리고 교도소로 위문공연을 갔었어요. 그때 재소자들을 데리고 연극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재소자들을 배우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했던 김혜춘(루시아·60·수원 시화성바오로본당) 씨에게 광주대교구 교정사목 이건숙 수녀가 연락을 해왔다. 광주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연극을 하는데 괜찮은 대본을 구해달라고 요청을 해온 것이다.
흔쾌히 대본 사용을 허락해 준 김혜춘 씨는 더 나아가 연출을 위해 매주 목요일 광주로 내려갔다. 10월 10일부터 시작한 연습의 결실은 지난 12월 12일 오후 2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앞에서 드러났다.
“원래 대주교님 교도소 방문은 그다음 주에 예정돼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 공연을 보셔야한다고 요청했더니 바쁜 일정을 조정해 와주신다고 하셨어요. 덕분에 저희가 준비하기가 좀 더 수월해졌죠. 배우들의 열의도 더 타올랐고요.”
연극 시작 전 배우들을 하나하나 안아주며 격려해준 김혜춘 씨는 묵묵히 연극을 지켜봤다. 각자 일을 하면서도 대본을 틈틈이 외우고, 괜찮은 급여가 보장된 일도 포기한 채 매달린 연습을 통해 훌륭한 연극이 펼쳐졌다.
“지금까지 내가 저지른 잘못은 내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
고리대금업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온 마태오가 신앙심 깊은 고모의 이야기를 듣고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며 외친 대사가 듣는 이들의 마음에 비수처럼 파고들었다. 연기를 하는 배우도 지켜보는 관객도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사회에서 격리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연극이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인사 하는 배우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연극이 끝난 후 미사에서 이번 연극을 위해 애쓴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20년간의 냉담을 풀었어요. 미사 중 기도처럼 제발 그 친구들이 맑은 마음으로 미워하지 말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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