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캠프학교’ 형태로 시작한 대구대교구 첫 대안학교 ‘산자연학교’가 지난해 설립 10년을 맞은 가운데, 자연 속에서 창의력·상상력이 가득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에는 중학교 학력인정 인가까지 받아 그 명성을 더하게 됐다.
산자연학교 10년 성장의 중심에는 설립부터 학교를 이끌어 온 정홍규 교장 신부(대구대교구·사진)가 있다. 그 10년의 자리를 지켜온 정 신부를 만나봤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을 마련하겠다는 설립 당시 목표가 산자연학교를 통해 실현됐습니다. 8명으로 시작한 작은 학교가 이제 60여 명의 학생들이 모인 배움터로 성장했어요. 학생 수가 늘어난 만큼 학교도 그만큼 발전했습니다.”
그동안 정 신부가 학생들을 향해 쏟아 부은 노력과 열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친환경적 이념을 학교 교육과정에 그대로 반영시킨 정 신부는 학생들이 텃밭 가꾸기, 양봉, 농사 등의 체험을 통해 자연 안에서 살아가고, 사랑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했다. “50대의 경험과 꿈, 열정을 오롯이 바친 학교”라는 정 신부의 말처럼, 지난 10여 년간 산자연학교에는 정 신부의 교육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정 신부는 지난 세월 동안 가장 보람된 일로 ‘아이들의 변화’를 꼽았다.
“아토피를 가진 아이들이 낫는 모습,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인 아이가 평화로워지는 모습, 자기 밖에 모르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동생들을 돌봐주는 모습 등 학생들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학교를 운영해 온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선생님, 친구, 형, 동생 등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우러진 ‘관계’ 속에서 사랑과 희생을 배우며 성장해나가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정 신부는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대안교육은 충분한 시간 속에서 학생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 신부는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곱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대안학교는 ‘학교 부적응학생’ 혹은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라는 인식이 크다는 것. 잘못된 편견에 맞서 정 신부는 산자연학교가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해갈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다양한 대안학교가 교구별·수도회별로 생겼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특성이 있는데 ‘경쟁’, ‘성적’이라는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든 여건에 놓여있습니다. 아이들의 다양함을 존중하는 풍토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지난 10년간 청소년교육에 매진해왔던 정 신부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청춘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 사업’이 바로 그것.
“경산 하양 일대에 ‘중생대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양 지역은 스트로마톨라이트나 공룡 발자국 등 중생대 화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박물관 사업을 통해 청소년에게는 상상력을 키워주고, 청년들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어른들에게는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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