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 CU갤러리(관장 백미혜 교수)가 12월 20일부터 1월 2일까지 대구시 중구 매일빌딩 1층 CU갤러리에서 ‘고요한 산책-마음으로 보고 읽는 사제 애장품’전을 개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성탄과 연말연시를 잇는 시기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사제들의 애장품을 통해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과거의 묵은 상처를 씻고, 새해에는 용서와 화해를 위한 기도를 청하자는 의미로 기획됐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 등 20명의 사제가 참여한 전시회는 사제들이 그동안 특별히 간직해 온 성물이나 애장품을 선보이며, 자신의 애장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곁들여 더욱 시선을 끈다.
이들의 애장품에는 교회와 세상을 향한 사제들의 마음이 녹아있다. 소장품 하나하나에 고스란히 담긴 사제의 추억과 기도들이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조 대주교는 이태식 부제의 유고집 ‘태시기가’를 선보인다. ‘태시기가’는 성소를 꿈꾸던 청소년 시절, 신학생들의 진솔한 일상과 생각을 알 수 있었던 각별한 책이다. 조 대주교 책을 통해 좌절의 시간을 지나서 지금 여기 이곳에 있음을 후학들을 향해서 고백한다. 박 아빠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선보인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는 박 아빠스가 순례를 하는 동안 신원을 증명해주고 그곳을 거쳐갔다는 증거로 받은 도장들이 가득하다. 박 아빠스는 자신의 내면에서만 맴돌던 신앙의 새로운 노래가 수도원 공동체로 옮겨갔음을 작품을 통해 전한다. 또 박광훈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재소자들이 자신의 쌀을 한 톨 한 톨 모아서 만들어 준 ‘쌀십자가’를 앞에 놓고 ‘넌 먹히는 사제인가?’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이외에도 김철재 신부(대구 5대리구 주교대리)가 토속미 느껴지는 ‘성모자상’을, 노광수 신부(대구 도원본당 주임)가 자신이 직접 만든 ‘음각의 십자가’를 내놓는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천사상’을 애장품으로 선보인 이경수 신부(선목학원 사무국장)는 “소박하고 투박한 성물들이 이야기가 담겨 진정한 선물로 거듭났다”며 “마음이 오고 간 물건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20일 오후 5시30분 열린 오픈식에서 조 대주교는 “사제들의 마음이 담긴 소장품을 통해 이들이 살아온 인생을 체험하고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신자들의 신앙생활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의 053-852-8008
▲ 박현동 블라시오 아빠스, ‘산티아고 순례길’.
▲ 조환길 타대오 대주교, ‘태시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