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날이 밝았다. 엊그제 2013년의 새 달력을 걸었는데 어느새 누렇게 변한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걸면서 나는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 내가 다짐했던 것들을 얼마만큼 실천했는지, 이루고자했던 것들은 얼마만큼 이루었는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나 부끄러운 삶을 살았지만 너무나 행복했다는 점이다. 작년 초에 나는 ‘금년은 좀 더 열심히 기도하고, 열심히 봉사하여 이웃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는 삶을 살겠노라’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주님께 ‘그러한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시고 지켜주십시오’ 하고 기도했다. ‘주님 오늘은 당신 자녀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겠습니다’ 하고 드렸던 아침기도는 저녁 마침기도 때가 되면 스스로를 질책해야만 했고, 내 앞에 와계신 주님을 맞이하기에는 부끄럽기만 했다. 그러기에 한 해를 마감하며 되돌아보는 나의 삶은 부끄럼뿐이다. 그런데도 주변에서는 가끔씩 때로는 자주, 사람들은 칭찬으로 나에게 활력을 줬으며, 그럴 때 나의 느낌은 잘한 것도 없는데 전교생 앞에서 큰 상을 받았을 때처럼 기뻤다. 좀 더 쉽고,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나는 나의 노력에 비해 지난 한 해 너무나도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다.
나의 부족함을 꾸짖기 보다는 격려해주시고, 나의 잘못을 벌하기 보다는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사랑 자체이신 주님의 사랑 덕분에 나는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하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풍요롭다. 아니 경제적으로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풍요롭다. 적어도 남에게 동정의 손길을 내밀지는 않아도 되니 말이다. 경제적 풍요는 생각하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주변에 나보다 잘 사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초라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채우고 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욕망일 뿐, 어렸을 때 시골에서 여름에는 보리밥으로 배고픔을 달래며 때론 감자나 고구마로 끼니를 때워야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보면, 지금의 경제적 풍요는 어쩌면 꿈에 그리던 귀족의 삶이다. 넓은 아파트에, 자가용에, 영화가 보고플 땐 영화감상을, 여행을 하고플 땐 여행을,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땐 맛있는 것을. 그런데 ‘경제적 풍요로움에 비례하여 신앙도 풍요로워졌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삶을 금년 한 해 계속 스스로에게 던지며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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