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성탄 전날과 당일 용인대리구 기흥성바오로본당 교육관 1층 식당 내부에는 이색적인 그림들이 걸렸다. 아프리카 여인들의 삶을 소재로 한 인물화들과 자연을 소재로 한 문양 중심의 그림 22점이 신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이색적인 작품들은 화가 박춘강(데레사·72·용인대리구 기흥성바오로본당)씨가 본당 성소후원을 위해 기증한 것들이었다.
“처음에는 아프리카 조각들을 수집해 그리고 채색해보는 수준이었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유학까지 선택하게 됐죠.”
결혼 후 남편을 따라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로 떠난 박씨는 20여 년간 아프리카 생활을 통해 그곳 문화와 특색을 경험했다. 아프리카 조각들에 흥미를 느끼고 수집하던 박씨는 미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코트디부아르 아비잔 예술학교에 입학하고 이후 미국 보스턴으로 유학을 떠나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몸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20년 전에 암 진단을 받고 한국에 와 수술을 했어요. 그리고 한 달 뒤에 또 암 선고를 받았어요. 말기라 한국에서는 수술할 수가 없다고 해서 미국에 갔죠. 미국에서도 다 죽을 거라 그랬는데 성당을 열심히 다녀서 산거 같아요.”
삼 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박씨는 성당에 갔다. 비록 어렸을 때는 개신교 신자였지만 평상시 천주교 예식이 좋아서 언젠가는 성당을 가야겠다고 생각해 왔었기 때문에 죽음을 앞두고 하느님을 찾아갔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살아난 것이 너무 기뻐서 20년 동안 정말 잘 살았어요. 그러다 몇 달 전에 십이지장에 있던 물혹이 터져서 응급실에 실려 가고 난리가 났죠. 이번에는 정말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또 살아났어요. 다 죽을 거라고 했는데 살아났기 때문에 살아난 이유는 몰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죠.”
본당에서 성소후원회 활동을 하고 있는 박씨는 자신의 작품을 기증했고 대부분이 팔렸다. 작품의 매력도 충분했지만 성소후원회 회원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본당 신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도 주요했다.
“이렇게 좋은 일을 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요. 교우 여러분들도 진심으로 도와주고, 이런 것이 봉사구나 하고 새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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