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이번 호부터 신앙인이자 군인이라는 이중직함을 지니고 군의관, 간호장교, 법무장교 등 특수분야에서 복무 중인 장병들의 다채로운 ‘병무일기’를 소개한다.
저는 현재 충북 괴산의 학생군사학교에서 군의관으로 일하고 있는 대위 배영대(프란치스코)입니다. 남들보다 신앙생활을 특별히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고 글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군의관으로서 3년여 동안의 군생활을 돌이켜보며 제 신앙생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를 맞아 저희 부대 문무대성당 역시 구유를 만들고 성당 구석구석 조명도 설치하고 병사들에게 줄 선물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평소보다 많이 오리라 생각하고 전야미사에 앞서 선물세트 100개와 피자, 치킨을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홍보가 부족했는지 정작 병사들이 30명도 채 오지 않았습니다. 성당이 붐빌 것으로 잔뜩 기대했던 저희들은 미사에 참석한 소수의 병사들에게 뜻하지 않은 성대한(?) 파티가 된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사들을 모두 복귀시키고 저희 성당가족들은 신부님과 함께 조촐한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를 열었습니다. 사실 군입대 전에는 신부님과 식사하는 것이 흔치 않은 기회일뿐더러 따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본당생활에 열심인 소수 신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 생각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던 터라 막연히 신부님, 수녀님들과 가까이 지내고는 싶었지만 그저 주일미사에만 빠지지 않으면 다행인 소극적 신앙생활을 했던 저였기에 더욱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신자가족이 많지 않은 저희 부대 성당의 여건 때문인지 저는 매주 1회 이상 그 호사스러운 특권을 누리고 있습니다.
20년이 넘게 신앙생활을 했지만 신앙적으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저에게, 특히 신앙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 하고 그게 되지 않아 힘들어했던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 신부님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은총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신부님을 언제든 가까이할 수 있는 군인신자 가족들이 저는 너무 부럽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다수의 군인신자 분들이 많은 이유로 부대 성당에 나오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주중에 업무적으로 스트레스를 주었던 사람의 얼굴을 주일미사에도 봐야 한다는 것은 비단 군인만이 아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라도 껄끄러운 일입니다. 또 근무지 이동이 잦아 주말부부가 많고, 부대 특성상 지역적으로 외진 곳에서 근무하여 미혼인 경우에는 장거리 연애가 되기 쉬운 여건 등을 감안한다면 이분들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부대 성당이 아닌 지역 성당을 다녔기에 그런 사정을 잘 압니다. 사실 저는 운 좋게 주말부부 생활이 끝나는 시점에 주변의 권유로 부대 성당에 나가게 됐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하느님의 부르심이지 않을까요?
군대는 선교의 황금어장으로 불립니다. 저를 비롯해 군대에 있는 많은 젊은 친구들이 주일미사에 참석해 초코파이 하나에 위안을 얻고, 하느님을 몰랐던 친구들은 짧은 교리교육에도 불구하고 세례를 받는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혜택은 보이지 않게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다는 것을 군생활을 시작하며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군종후원회를 통해 아무리 많은 물질적 지원을 받는다 해도 그것을 받아 나눠줄 사람이 없다면 잔치에 손님만 있고 일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부족한 저이지만 용기 내어 한 말씀 드립니다.
“형제님, 자매님! 저랑 같이 성당 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