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갑오년 새해에, 여러분께서 하시는 하느님과 교회의 모든 거룩한 사업을 주님께서 특별한 은총으로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교우 여러분 가정에 주님의 사랑과 평화가 풍성하게 머물기를 기도드립니다.
교구는 지난 12월 29일 주교좌성당을 비롯한 교구의 모든 본당에서, 주님의 은총 안에서 성대히 지내온 교구 설정 50주년 ‘교구 희년’을 폐막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각오로 출발하는 교구의 미래를 제시하기 위하여 새 복음화 정책 방향을 담아 「50주년 교서」를 발표합니다.
1. 50주년 교서의 반포 배경
‘소통과 참여로 쇄신하는 수원교구’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계기로 미래를 향해 새롭게 도약하며 실현해야 할 미래의 복음화를 위한 청사진과 중요한 가치들을 담고 있습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아 교구는 미래 복음화를 위한 비전과 정책을 위해 오랜 시간 심도 있는 연구를 했습니다. 교구 희년은 마무리됐지만, 미래 복음화를 위한 노력과 열정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새 복음화 건의안’의 단계별 출간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교구의 미래 복음화를 위한 분야별 과제, 앞으로 실천해야 할 정책적 핵심과제 등이 담길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의 모든 활동과 노력이 하나로 응집되고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교구의 다양한 정책 과제들이 복음적 가치로 정향돼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소통, 참여, 쇄신’에 관한 신학적 원리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통, 참여, 쇄신’은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제기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복음적 가치입니다. 복음화의 모든 비전과 열정은 소통과 참여와 쇄신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돼야 하고, 교회의 모든 활동은 그분 안에 뿌리를 둬야 합니다. 그럴 때 교구의 미래 복음화를 향한 모든 노력은 하느님 나라 구현이라는 교회의 본질적 소명에 충실히 머물 수 있을 것입니다. 교구 내의 다양한 복음화 분야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은 「50주년 교서」를 읽고 연구해, 교구의 미래 복음화 정책들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2. 소통
소통은 오늘날 교회 안팎에서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교회의 소통 문제는 사회와 다른 차원에서 이해돼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소통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적 생명과 친교를 전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당신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며 소통하셨습니다. 이 신적 소통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삼위일체의 친교로 일치를 이루시는 인격적 존재이시며, 인간을 당신 품안으로 불러주시는 분이심을 알게 됐습니다. 교회는 소통의 내용과 방법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발견하는데, 그분께서는 당신의 온 삶을 통해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소통, 곧 하느님과 소통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을 하나로 이어주는 소통의 원형이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자신을 ‘소통하는 교회’로 이해합니다. 교회의 소통은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삶을 통해 이뤄집니다. 교회의 소통은 하느님 나라 구현에 그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우선 교회 안에서(ad intra) 원만한 소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자신을 낮춰 상대에게 다가가야 하며, 일치와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소공동체 활성화와 더불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을 통해 친교와 나눔을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교회는 오늘의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ad extra) 한국문화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열린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오늘에 맞는 방식으로 세상에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지난해 9월 29일 경기도청 잔디운동장에서 열린 빈자리축제에서 장애인·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소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3. 참여
하느님께서 소통하신 이유는 당신 사랑의 신적 친교에 참여해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하느님의 거룩함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은 존재입니다. 또한 교회는 파견된 존재로서 개인 성화와 사회 복음화를 위한 소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제직, 예언자직, 왕직’에 참여함으로써 그 소명을 구체적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교회의 내적 참여는(ad intra) 평신도들이 주체성을 회복하고 사도적 소명을 새롭게 인식하는 일입니다. 한국 초대교회의 모범을 교훈으로 삼아, 미래 교회는 자신의 모든 활동에서 평신도의 주도적이며 자발적인 역할이 증대되도록 해야 합니다. 내적 참여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전례입니다. 전례의 핵심인 파스카 신비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고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성화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전례가 교회 삶의 중심에 자리할 수 있도록, 또 신자들이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영적인 자양분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합니다.
세상에 하느님 나라 선포와 구현에 이바지할 사명을 지닌 교회는(ad extra) ‘사회 참여’를 통해 이 사명을 구체적으로 수행합니다. 교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사회 참여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하며, 그것이 단순히 선택사항이 아니라, 신앙의 내적 논리에서 기인하는 요청이요 의무임을 자각하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는 세상을 구하시기 위해 육신을 취하시어 세상으로 뛰어드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참여의 원형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인간의 구체적인 삶에 참여함으로써, 사회복지, 정의와 평화 등의 복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 지난해 8월 1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음악회는 사제와 수도자, 교구민이 함께 참여, 희년의 기쁨을 나눈 시간이었다.
4. 쇄신
교회는 끊임없이 쇄신합니다. 교회의 진정한 쇄신은 모든 새로움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이뤄집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전적인’ 새로움을 가져오셨습니다. 그 새로움은 인류 구원을 위해 인간의 혈육을 취하시고,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는 몰아적 사랑에서 옵니다. 그 사랑은 파스카 사건을 통해 세상 만물을 새롭게 창조하시며, 인류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어 하느님 아버지와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세례를 통해 ‘새 사람’으로 거듭나 부활의 궁극적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쇄신한다는 것은 하느님 자녀로서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는 것이며,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와 일치하는 새로운 삶을 통해 주님의 구원 업적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 공동체의 내적 측면에서(ad intra) 쇄신은 말씀과 성사와 전례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새롭게 발견하는 일입니다. 특히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전례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세상 안에서 신앙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이 쇄신은 본당 뿐 아니라 교구의 조직, 제도의 쇄신까지도 포함해야 합니다.
교회는 사회의 쇄신에도 기여하는데(ad extra), 문화와의 대화, 사회 안에서 새로운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의 창출, 그리고 애덕 활동의 확산을 통해 그리스도 사랑을 온 몸으로 실천해 세상을 변화시켜 나갑니다.
▲ 지난해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마련된 ‘신앙대회 및 감사미사’ 에서 교구민들은 쇄신·참여·소통의 카드 섹션을 통해 마음을 모았다.
5. 결어
소통 없이 참여는 이뤄질 수 없고, 참여 없이 쇄신은 불가능하며, 쇄신 없이 행해지는 소통과 참여는 겉치레나 형식에 머물게 됩니다. 이와 같은 핵심가치들이 교구의 다양한 미래 복음화 정책과 과제들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만 교구의 모든 활동은 하나로 통합돼 풍성한 복음적 결실을 거둘 것입니다.
저는 교서를 마무리하면서 ‘기쁨’과 ‘희망’으로 교구의 100년을 향해 우리 교구민과 함께 힘차게 앞을 향해 나아가고자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 신자들의 삶이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찬 복음적 가치를 드러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삶의 참 기쁨과 희망은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발원하는 은혜로운 신적 선물입니다. ‘희망의 별’이신 성모님께서 우리 삶이 참 행복과 진리로 나아가도록 하느님께 전구해 주실 것입니다.
“평화의 모후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4년 1월 5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