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 자랑하는 명물을 뽑자면, 신학교 진입로에 100m가량 양 옆으로 조성된 은행나무 길이다. 봄이 되면 은행나무들은 초록의 싹들을 수줍게 드러내다가, 여름이 되면 무성한 잎으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가을이 되면 노란 잎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입소문이 나서 가을에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면 사진작가들이 신학교 진입로에서 사진을 찍는 일이 연례행사가 되었다. 혹자는 화성 8경 다음으로 이곳이 9경에 속한다고도 말한다.
아무튼 이곳이 화성근방에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몇 안 되는 곳임에 틀림없다. 신학교의 은행나무는 단순히 아름다운 장면만을 연출하는데 그치지 않고, 늦가을 수확기에 은행열매를 무상의 선물로 제공하고 있다. 지금은 은행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지만, 내년 봄이 오면 또 다른 싱그러움으로 신학교를 꾸며 줄 것을 생각하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학교에서 은행나무는 귀한 몸으로 대접을 받고 있지만, 그 못지않게 신학원 앞에서 위엄한 자태로 서 있는 한 그루의 느티나무도 인상적이다. 이 나무는 수령이 3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똑같은 시기에 심어진 다른 느티나무들에 비해서 몸통은 거의 한 배반에 이른다.
그 이유에 대해 신부들은 농담 삼아 “사랑을 특별히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하기는 지금도 식사 후 교수 신부들 담소의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 바로 이 느티나무이다. 담배를 즐기는 신부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하루에 담배 한 대 정도를 피니, 지나간 세월을 계산하면 이 나무는 어마어마한 양의 간접흡연을 한 것만은 사실이다. 여하간 모든 것은 관심과 사랑을 먹을 때만이 잘 성장하는 것 같다.
신학교 정원이 봄, 여름, 가을, 겨울과 같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는 것처럼, 이곳에서 자신을 연마하는 신학생들도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때로는 겨울이라는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겪지만, 그들은 사랑을 통해 내일에 대한 희망을 꿈꾸고 화려한 봄날을 기약한다. 사랑의 시작은 관심에서 비롯되는데, 그 관심의 중심에는 항상 신자 여러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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