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인 행보로 늘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지난 12일 한국교회에 깜짝 선물을 선사했다. 한국교회 세 번째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이 바로 그 선물이다. 2006년 정진석 추기경 서임 이후 새로운 추기경 탄생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염수정 추기경 임명 소식은 한국교회와 사회에 큰 기쁨과 희망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 1월 13일, 염수정 추기경은 전날의 급작스러운 임명 발표에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모두 웃고 있지만 나만 웃을 수가 없다”고 털어놔 추기경으로서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추기경으로서의 품위와 겸손은 잊지 않았다. 오전 11시 축하식에 앞서 도착한 전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정 추기경 역시 상석에 앉으려 하지 않자, 염 추기경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라며 상석을 비워두는 미덕을 발휘해 주위를 훈훈하게 했다.
◎… 서울대교구청 주교관에는 일찍부터 염수정 추기경을 축하하는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정진석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괄목할만한 발전에 대한 보편교회의 관심과 국제적 위상 향상을 세 번째 추기경 서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교회와 국민 전체가 기대가 커 어깨는 무겁겠지만 하느님께서 선택하셨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뒤를 밀어주실 것”이라고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자리에는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서울대교구 보좌 조규만, 유경촌 주교가 함께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교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축제로, 한국이 보편교회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고, 조규만 주교는 “12월 말에 신임 보좌주교 임명에 이어 기쁜 일이 겹쳤다”면서 “추기경께서 아시아와 세계교회 안에서 큰 몫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께서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축하인사를 건넸다.
이어 교구청 사제단과 황인국 몬시뇰, 오지영 신부, 임덕일 신부 등이 방문, 추기경 임명을 축하했다.
신학교 동창인 임덕일 신부는 “긍정적이고 뚝심 있는 분이시기에 추기경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신뢰를 보여줬다.
◎… 염수정 추기경 임명 소식이 지상파 방송을 비롯 케이블 뉴스 전문 채널, 주요 일간지 등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이후, 신자와 대중들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염수정 추기경’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가톨릭 포털사이트 굿뉴스에도 염 추기경의 임명을 축하하는 누리꾼들의 메시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응삼(eskim123)씨는 “오랫동안 저희의 기동과 울타리가 되어 주시고, 이 나라의 평화를 지키는 데 큰 힘이 되어주세요”라고 했고, 전병건(gun4)씨는 “항상 약자와 함께하시며,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싶어 하는 힘든 자들도 생각해주시는 추기경이 되어주세요”라고 전했다.
◎… 13일 축하식에는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100여 명이 넘는 취재진과 신자들이 몰려 교구청 앞마당이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찼다. 사무처장 임병헌 신부의 임명 소식 전달과 정진석 추기경의 축사에 이어 염수정 추기경이 단상에 나서자 취재진들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져, 한국교회 세 번째 추기경 탄생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자들은 축하식 내내 ‘염수정 추기경’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 이미령(베로니카) 팀장은 “교구청 직원으로서, 가톨릭 신자로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무척 기쁘다”며 “인터넷 뉴스를 통해 염 추기경께서 마음이 무겁고 걱정되신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마음 모아 기도드리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 서임] 임명 이모저모
새해 벽두 한국교회 한반도에 선사된 ‘교황의 선물’
발행일2014-01-19 [제2879호, 3면]
▲ 추기경 임명 축하식 전 서울대교구장 집무실에서 조규만 주교, 염수정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 유경촌 주교(왼쪽부터)가 함께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13일 오전 11시 서울대교구청에 마련된 새 추기경 임명 축하식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는 염추기경과 조주교.
▲ 축하식에서 교구청 직원이 염수정 추기경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 축하식에 참석한 수도자와 신자들이 박수로 새 추기경 임명을 반기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