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이란 - 추기경(樞機卿, Sacrae Romanae Ecclesiae Cardinalis(라틴어), The cardinal of the Holy Roman Church(영어))
■ 추기경의 유래와 의미
초세기 교회에서는 모든 성직자가 주교이거나 사제 또는 부제이거나 어느 한 교회에 종신하도록 소속돼 봉직하는 직책을 위해 서품됐는데, 그 성직자는 “직위를 받았다”라고 하고 ‘직위자’라고 불렀다.
성직자가 평생 봉직하도록 서품됐던 직위를 바꾸게 되면 그때부터 새 직위로 “입적되었다”라고 했는데, 이 말마디는 돌쩌귀라는 라틴어 cardo(hinge)에서 유래됐다. 문짝을 달고 여닫으려면 돌쩌귀가 중요한데, 교회에 중요한 인물이라는 의미로 직위가 바뀐 성직자를 ‘직위자’라고 부르지 않고 입적된 중추자(中樞者, cardinalis)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로마의 주교좌가 모든 교회들의 중심, 곧 중추(cardo)로 인정됐기에 중추자라는 칭호는 로마교구 소속 성직자들에게만 한정됐다가, 점차 서방 교회의 여러 교구에서도 주교좌 성당이 교구의 중추라는 인식에 주교좌 성당에 속한 성직자들을 입적된 중추자라고 불렀다.
동북아시아의 조선, 중국, 일본 등에서는 황제의 최고자문기관을 중추원(中樞院)이라고 불렀는데, 16세기에 그리스도교가 전파된 중국과 일본 등에서 교회 용어를 번역할 때 당시의 국가 사회 용어를 받아들여 교황의 최고자문기관인 ‘로마 교회의 중추자’들을 추기경이라고 번역해 쓰기 시작했다. 추기(樞機)라는 말은 중추(中樞)가 되는 기관(機關)을 말하며, 경(卿)은 높은 벼슬에 대한 경칭이다.
추기경(Cardinalis)이라는 용어는 그레고리오 대교황(590~604년) 때 교회법 용어로 채택됐고, 11세기부터는 세계 교회의 으뜸인 교황의 최고 측근자들이며 자문단으로, 후임 교황의 선출권을 지닌 최고위 성직자를 뜻하게 됐다.
■ 추기경 제도
추기경은 교회의 법률로 설정된 제도에 따른 교회 지도자들이다. 그러나 추기경은 본래의 교계 제도와는 상관이 없다.
추기경은 사제품을 받은 이들 가운데서 교황이 자유로이 선발해 임명하며, 주교가 아닌 이들이 추기경으로 서임되면 주교 서품을 받아야 한다.
추기경단은 주교급 추기경(Cardinal-Bishops) 사제급 추기경(Cardinal-Priest) 부제급 추기경(Cardinal-Deacons) 등 세 가지 급으로 나뉜다. 로마 교구 근교 교구의 명의 주교로 지정된 사람은 주교급 추기경이 된다. 전통적으로 로마 근교 교구는 6곳이고 이 6개 교구의 명의 주교로 임명된 추기경만이 주교급 추기경이다.
또 동방 가톨릭교회의 총주교들이 추기경에 임명되면 역시 주교급 추기경이 된다. 이에 따라 현재 추기경단에서 주교급 추기경은 로마 근교 6개 교구장 명의를 지닌 추기경 6명과 동방 가톨릭교회 총주교 3명 등 모두 9명이다.
사제급 추기경은 로마의 주요 성당 주임사제 명의를 받은 추기경인데 고(故)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세계 각처에 있는 개별교회 교구장들이 사제급 추기경이다. 부제급 추기경은 로마교회에서 부제로서 교황을 보필하던 이들의 역할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늘날에는 교황청 부서 책임자들이 추기경에 임명될 때 부제급 추기경이 된다.
교황은 전 세계 지역교회에서 적격자들을 뽑아 추기경으로 임명하는데, 사제급 추기경들은 각국의 대표급 교구장들 가운데에서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
새 추기경의 서임은 교황이 직접 추기경회의에서 하게 되는데 서임되는 즉시 추기경단 특별법에 따라 교황 선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가진다.
추기경 서임 때 교황이 새 추기경들에게 씌워 주는 ‘붉은 모자’(biretum rubrum)는 고귀한 품위를 표상하며, 신앙의 현양을 위하여 또 신자들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그리고 거룩한 교회와 교황을 위하여 죽기까지 피를 흘려야 함을 상징한다.
■ 추기경단의 변천 역사
교회법으로 추기경 제도가 설정된 이래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추기경단의 정원은 30명 이내였고, 일정하지 않았다. 콘스탄츠 공의회(1414~1418년)에서는 정원을 24명으로 제한했고, 모든 국가에서 선발하도록 교황에게 청원했다.
교황 식스토 5세(1585~1590년)는 구약에서 모세를 보필한 70명의 장로들을 모방해, 70명(주교급 6명, 사제급 50명, 부제급 14명)으로 고정시켰고, 이 정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열리기 전인 1962년까지 지속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열어 현대세계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교황 요한 23세(1958~1963년)는 1962년에 추기경단 정원을 80명으로 늘렸다. 후임인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년)는 1965년에 동방 예법의 총대주교들도 주교급 추기경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신설하고, 1969년에 추기경들의 ‘명의’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그 수를 증가시켰다. 그는 1970년에 추기경들의 직무 수행 정년과 관련해, 교황청 부서장의 직무 정년을 75세로 규정하고, 교황 선거권 행사의 정년을 80세로 정했다. 이어 1975년에 교황 선거권을 가지는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이 120명을 초과하지 않도록 정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001년 2월 21일에 44명의 새 추기경을 임명해 총 185명 가운데 선거권을 가지는 80세 미만의 추기경이 135명이 되었으나, 교황 선거 비밀 회의(conclave)에 입장하는 추기경들의 총수는 120명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정한 규정은 보존했다.
2014년 1월 12일 현재 추기경 총수는 신임 추기경 19명을 포함해 모두 218명이다. 이 가운데 교황 선거권을 가진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123명이다.
■ 추기경의 역할과 권한
추기경은 교황을 선거하는 소임이 있는 특별한 단체인 추기경단의 구성원으로 임명된 주교이다.
중대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함께 소집되는 때에는 합의체적으로 행동해 교황을 보필하거나, 또는 개별적으로 수행하는 여러 가지 직무를 통해 교황을 보필한다.
이러한 추기경들은 교황에게 성실히 협조해야 하며, 교황청에서 일하는 추기경들은 로마에 상주해야 하고, 지역 교회의 교구장 주교인 추기경들은 교황이 소집하는 추기경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
일단 추기경으로 임명되면, 추기경으로서 신분상의 지위는 종신직이다. 그러나 80세가 되면 법률상 자동적으로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난다.
추기경은 교황을 선출할 수 있는 특권을 지니는데, 교황 당선자에게 주교 서품이 필요하면, 수석 추기경이 그 당선자를 주교로 서품하는 권리를 지닌다.
추기경들은 바티칸에 상주하든 않든 간에 모두 바티칸시국 시민권을 가지며 교황과 마찬가지로 세계 어디서나 교구장 허가 없이도 고해성사를 베풀 수 있다. 또 추기경으로 서임되면 주교 문장 양옆의 술이 5단이 된다.
■ 추기경회의와 추기경단
추기경들은 추기경회의에서 합의체적 행위로 교황을 보필하며, 추기경단의 모든 회합은 반드시 교황이 소집하고 주재한다.
17세기 이후, 추기경회의는 새로운 추기경의 서임 때에만 교황이 소집하는 형식적인 회합이었으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추기경회의를 활성화했다. 그는 1991년에 추기경들의 전체 회의를 소집해 인간 생명 수호와 종교적 분파 문제에 대하여, 1994년에는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문제에 대해 추기경들의 자문을 받았다.
정례 추기경회의에는 모든 추기경들, 또는 적어도 로마에 머물고 있는 모든 추기경들이 일상적으로 자주 일어나는 어떤 중대한 사안들에 대해 자문하거나 매우 장엄한 행위를 위하여 소집되며, 교회의 특별한 필요나 더욱 중대한 사안들을 다룰 필요가 있어서 거행되는 특별 추기경회의에는 모든 추기경들이 소집된다.
추기경단은 수석 추기경이 지휘하는데, 수석 추기경은 사도좌 공석 때 교황궁무처장(Camerarius)이나 궁내원장(Praefectus Domus Pontificiae)에게서 교황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듣는 즉시, 모든 추기경에게 그 소식을 알리고, 추기경회의를 소집하며, 세계에 교황의 선종 사실을 알린다.
수석 추기경이 만 80세 미만이면, 교황 선거회에 참석하고 사회하지만, 만 80세 이상이면 차석 추기경이 참석해 사회를 맡는다.
수석 추기경은 선거인단 전체를 대표하여, 교황 당선자에게 “당신은 교회법적으로 이루어진 선거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었음을 수락합니까?” 라고 묻고, 당선자의 동의를 받는 즉시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합니까?”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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