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요한을 향해 오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해 오고 계십니다. 요한은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누구라고 증언하고 있습니까? 좋으신 분! 사랑이신 분! 빛이신 분! 평화와 위로를 주시는 분!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으신 분! 바로 답이 나오십니까? 아니면, 주저하며 답을 찾아 한참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우리가 가톨릭에서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렵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이 누구이신가?’ 예수님께서는 내게 어떤 분이신가?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신가? 신앙생활이란 이 질문에 답을 해 나가는 여정입니다. 어떤 날은 예수님께서 정말 빛이시고, 사랑이고, 한없는 은총의 샘으로 느껴집니다. 또 어떤 날은 원망과 불평을 예수님께 쏟아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예수님을 생각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때 다르게 생각하고 이해하고 느끼니 말입니다.
서점에 가보셔요. 얼마나 많은 종교서적이 있습니까? 예수님에 대한 책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신학대학교 도서관에 가면 쾌쾌한 냄새가 나는 아주 오래된 책부터 엊그제 나온 책까지 예수님을 우리에게 알려주려는 책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평생 동안 도서관 책들을 읽는다고 해도 그 중 몇 퍼센트나 읽을 수 있을지요. 이렇듯 우리는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좀 알아보고 싶어서요. 가끔 우리는 그 책들 중에 한두 권을 읽어봅니다. 뭔가 좀 알아들을 것만 같기도 합니다.
요한이 예수님을 가리켜 부른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요한조차도 “나도 저분을 알지 못하였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오늘 복음에서 두 번이나 말합니다. 정말 몰랐다는 말입니다.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요? 우선 요한은 성령과 함께 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하느님으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에 따라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때 요한은 보았습니다. 하느님께서 일전에 말씀해주신 바로 그 장면을 직접 보았습니다. 세례를 받고 난 예수님 위에 성령이 머무는 것을 보았습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들어도 우리 인간에게는 믿음이 잘 생기지 않는 모양입니다. 요한은 직접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요한에게는 이제 확신이 생깁니다.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성령을 통해 듣고, 보았습니다. 모른다고 이야기 하던 요한이지만 예수님을 향해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다”라고 하는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집니다.
요한은 이제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는요? 우리는 요한처럼 본 것이 없어서 믿을 수 없는가요?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고 하셨는데. 본 것이 없는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요? 정말 우리는 보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의 믿음과 신앙은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요? 우리가 저절로 가톨릭 신자가 되고, 주일 미사에 나가고, 기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로부터 우리의 신앙은 이어져왔습니다. 우린 무엇인가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들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제 좀 기억이 나십니까?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우리가 본 것은 우리에게 신앙을 가르쳐준 선배들의 모범입니다. 신앙의 선조 아브라함의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순명. 피를 흘리면서 이 땅에 신앙을 세운 우리의 선조들. 내게 믿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부모님, 친구, 선배들. 그들의 기쁨이 넘치는 복된 삶을 우리는 봤습니다. 우리를 위해 열심으로 기도하는 그분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그분들의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고 예수님께 드리는 기도 소리를 들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기쁜 마음으로 예수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요한을 향해 걸어 가셨던 그 예수님께서 우리를 향해 지금 오고 계심을 우리는 믿습니다. 그분께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기 위해 오고 계십니다. 이제 우리도 기도합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여, 저희를 안아주소서, 당신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합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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