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연락도 없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임명 소식을 들은 염수정 추기경 방으로, 서울대교구 수석비서 허영엽 신부가 신발도 채 신지 못하고 달려와 소식을 전했다. 핸드폰은 이미 축하인사가 쏟아지고 있었다. 지난 12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새 추기경 명단을 발표한 직후, 염 추기경은 숨가쁘게 쏟아지는 기대와 축하 속에서 마음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가득했다.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염 추기경은 가장 먼저 “목자가 해야 할 첫 직무는 흩어진 양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이 화해하고 일치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고 봉사하는 교회”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상일 뿐만 아니라 교회의 본래 모습이기도 한 가난한 교회의 이상에 주목했다. 나아가 그는 “교황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아시아 복음화와 북한 교회를 도울 수 있는 방법과 화해와 일치의 길로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기경은 최근 우리 사회와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분열과 논란의 상황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화해와 공존을 추구하고 깊은 연대감으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야 말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이라며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 존중하고 예수님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시아교회와 중국, 북한에 대한 관심 역시 한국교회의 세 번째 추기경에게 당면한 큰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는 한국교회가 세계 인구의 2/3가 살고 있는 아시아대륙의 복음화에 큰 역할을 하도록 자주 당부한 것은 물론 특별히 중국과 북한에 대한 선교를 강조해 왔다.
이러한 보편교회의 기대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염 추기경은 먼저 복음 선포를 위해서는 “내적인 쇄신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교의 노력이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전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염 추기경은 “아시아와 중국, 북한의 복음화에 대한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신학생 양성과 주님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실제적인 사목 역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은 염 추기경의 사목 방향 앞자리에 놓인다. 빈곤의 원인이 법이나 사회구조의 잘못일 경우에 교회의 노력 역시 배가돼야 한다고 말한다. “빈부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빈곤의 고통을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법이나 사회적 구조의 잘못 때문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결국 추기경은 “교회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한다는 의미를 잘 묵상해야 한다”며 “교회는 스스로 더 가난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염수정 추기경 약력
▲1943년 12월 5일 경기도 안성 출생
▲1970년 12월 8일 사제수품
▲1971~1973년 불광동·당산동본당 보좌
▲1973~1977년 성신고등학교(소신학교) 교사, 부교장
▲1977~1979년 이태원본당 주임
▲1980~1987년 장위동·영등포동본당 주임
▲1987~1992년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
▲1992~1998년 서울대교구청 사무처장
▲1995년 사무처장 겸 청담동본당 주임
▲1996~1997년 사무처장 겸 세종로본당 주임
▲1998~2001년 제15지구장 겸 목동본당 주임
▲2002년 1월 25일 주교수품
▲2002년 1월 25일~2012년 5월 10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2002년 2월 1일~2002년 10월 29일 재)서울가톨릭청소년회 이사장, 재)한마음한몸운동본부 이사장, 사회복지법인)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이사장
▲2002년 2월 1일~2013년 4월 22일 재)평화방송·평화신문 이사장
▲2002년 10월 2일~2013년 5월 10일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겸 총대리
▲2005년~현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2006년~현재 중서울지역담당
▲2012년~현재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위원장
▲2012년 5월 10일 서울대교구 교구장 임명
▲2012년 6월 25일 서울대교구 교구장 착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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