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 교우들이 하나, 둘 교리실로 모여든다. 서로 각기 다른 행색이지만, 손에는 하나같이 책이 쥐어져 있다. 시간은 오후 1시30분. 이들은 시작기도 후 그간 바쁜 일상 중에서도 짬을 내 읽었던 ‘신심서적’ 나눔을 이어갔다.
“저는 지난해 12월 선정도서인 ‘상처 주는 부모 치유하는 부모’를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버렸지만, 저는 제 자녀들에게 ‘상처 주는 부모’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의견보다는 엄마인 제 욕심 탓에 아이들에게 상처만 주고 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지금은 한 가정의 부모가 된 자녀들에게 이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이유는 아이들이 지금이라도 자식을 키우면서 아이들과 교감하고, 상처보다는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엄마, 아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나눔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일상, 추억, 가족이야기 등 신심서적을 읽은 느낌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눔을 이어간 이들은 대구 대명본당(주임 고건상 신부) ‘대명신심서적독서회’(회장 강찬중, 이하 독서회)다. 현재 16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26일 첫 모임을 했다. 본당 설립 40주년 기념과 신앙의 해를 더욱 알차게 보내기 위한 신자 재교육의 일환으로 주임 고건상 신부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매달 둘째, 넷째 주일 회합을 하는 이들은 본지가 주관하는 제2차 ‘신심서적33권읽기 독서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규(요한 네뽀묵)씨는 “대부분의 신자가 성경과 신앙서적을 가까이하면 좋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며 “바쁘더라도 잠시 시간을 내어 신심서적을 읽는 습관을 들인다면 점차 변화되는 자신 모습에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릴 것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여 이 유익한 시간을 체험하고 함께하길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독서회는 본당 교우들과 신심서적 읽기의 유익함을 나누기 위해 많은 양은 아니지만, ‘신심서적 무인독서대’를 마련하고 회원들이 완독한 책과 고 신부가 기증한 양서들을 비치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하듯 무인독서대를 이용하는 신자들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아울러 본당은 공동체 전 신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있다면 본당 주보를 활용, 독후감을 게재하는 등 신심서적 독서 참여를 권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에 진행된 가톨릭신문 1차 독서운동에도 참여한 바 있는 독서회 회장 강찬중(바오로)씨는 신심서적33권읽기운동을 ‘개인 신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강씨는 “신자들이 개인 신앙 성숙을 위해 책을 추천받아 구매하지만, 독서습관이 잡혀있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면서 “개개인이 혼자서 신심서적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회처럼 함께 읽고 자기 생각을 나눈다면 신앙 강화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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