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지 반년도 채 안되던 작년 초 봄 어느 날 전임 신부님께서 주교님의 사목 방문하신 자리에서 “총회장을 맡아 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좀 어리둥절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본당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은 상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갈등에 갈등을 거듭하다, ‘부족한 사람이지만 본당의 총회장이 장기간 공석이었던 때인 만큼 신부님의 노고가 얼마나 크셨을까’하는 생각에 순명하는 마음으로 임명장을 받았습니다. 실은 먼저 다니던 본당 성전 신축 때 총회장을 했다는 것이 선임의 주된 이유인 것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능곡동성가정본당은 모본당에서 분당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체 힘으로 설립돼 지금에 이른 것과, 전임 신부님께서 비록 가건물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황무지였던 이 지역에 혼신의 힘을 다해 성전을 마련하셨습니다. 이는 물론 ‘사랑 지극하신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장궤틀도 아닌 줄 세워 놓은 의자가 전부이지만 6년 전 각 가정을 순회하며 미사를 봉헌하시고 성전 건립을 계획하셨던 신부님 덕분에 오늘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감사히 주님을 모시게 된 것입니다.
제가 17년간 몸담았던 시화성바오로본당 신축 때 신축금 문제로 고민하던 상임위원들에게 당시 신부님께서 “하느님 사업은 아무리 어려워도 모든 교우들의 열심한 기도와 노력으로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놀랍게도 그 말씀이 2년 만에 이뤄진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도 기억하는 기적이랄까, 잊지 못할 사례도 여럿 있습니다. 집을 팔아 전세로 가며 차액을 봉헌했던 할머니, 퇴직금을 아낌없이 봉헌하는 분 등…. 늘 그렇듯이 어느 성전을 짓던 무슨 관례처럼 아주 어려운 여건과 열악한 환경에서 신축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모자라는 기도를 채우도록 원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성전 봉헌 때는 벅찬 감격과 감사함으로 결국 하나같이 감동의 눈물을 흘린답니다. 사실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능곡동성가정본당에서 그런 환희와 감동적인 순간들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습니다.
“평화의 모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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