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천대받던 즈불룬과 납탈리 지방에 자리를 잡으십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선포하시기 전에, 제자들을 모으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먼저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지방에 가서 자리를 펴십니다. “가난한 이들은 행복하다. 가난하게 살아라. 가난한 이웃을 돌봐라” 이렇게 말씀하시기 전에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곳으로 가셨습니다. 지극히 가난하게 오셨던 그분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무시하는 즈불룬과 납탈리 지방의 사람들에게로 가셨습니다.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에게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으로 예수님께서 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라는 말씀을 천대 받고, 무시 당하고, 보잘것 없다고 느끼던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전하셨습니다. 이 카파르나움에 살던 사람들이 이 말씀에 얼마나 기뻐했을까요? 모두가 예수님 앞에 나와 세례를 청했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찾아오심에, 예수님의 한 말씀에 그들 모두는 기뻤습니다. 그 동안 보잘것 없다고 느끼며 하느님을 향해 원망하던 그 답답한 마음이 오늘 예수님 때문에 모두 풀렸습니다. 그들 마음에는 벌써 하늘 나라가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 있습니까? 사람들로부터 천대 받고 무시 당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어둠 속에 웅크리고 앉아서 미움, 시기, 질투, 원망의 마음을 키우고 있습니까? 이렇게 우리는 스스로 천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주변 상황, 일들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하느님께 원망, 하소연을 합니다. 왜 제게 이런 고난을 주시는 것입니까? 제가 무엇을 잘못 했습니까? 나보다 열심히 성당도 안 나가고, 더 죄를 많이 짓는 저 사람은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저만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합니까? 제가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괜찮아지겠습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제가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성당에 앉아 십자가의 예수님을 향해 속으로 화내보신 적이 있으실 것입니다. 지금도 그런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 있기도 할 것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내가, 우리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하는 일이 모두 잘 되고, 실패란 없고, 늘 성공과 성취만 있는 것입니까? 그러면 좋을까요? 좋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나와 내 가족만 살지는 않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동시에 이럴 수는 없습니다. 내가 앞서가기 시작하면 누군가는 뒤에 있어야 합니다. 소위 성공이란 것이 이렇지요. 누군가의 성공은 다른 어떤 이의 실패와 함께 합니다. 그런데 이 실패를 맛보는 그 시간에 내가 실패의 쓴 맛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실패하고 있는 나를 지켜보시고, 곁에 와 앉아 계신다는 것을 알고 느낀다면 어떨까요? 성공의 기쁨을 맛보는 것 이상으로 큰 위안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실패했을 때, 고통 중에 있을 때, 그래서 스스로 천대하고, 무시할 때, 의식해 보셔요. 예수님께서 그 자리, 그 시간에 와 계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으로 가시어 자리를 잡으신 것처럼, 내가 스스로 또는 사람들로부터 천대 받고, 멸시 당할 때, 그곳에 예수님이 오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예수님의 이 마음과 행동이 얼마나 우리를 감싸주시는지요. 얼마나 따뜻한 위로가 되는지요. 회개가 무엇입니까? 예수님 당신께로 몸과 마음을 돌리는 것입니다. 천대 받고, 홀대 당하는 내게 예수님께서 오십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분을 봅니다. 벌써 몸이 예수님을 향해 움직였습니다. 그분의 눈과 미소를 보면서 내 마음이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요. 그 동안 이렇게 힘들게 나를 내버려두신 하느님, 예수님께 원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 당신께서 직접 제 삶의 자리에 오셔서 저를 보고 계십니다. 말씀을 하시기 전에 벌써 저는 당신께 엎드립니다. 너무 고맙습니다. 지치고 힘겨웠지만 지금은 마음이 벅찹니다. 당신의 빛과 사랑이 고스란히 제 마음에 와 닿습니다.
왜 제가 그 동안 그렇게 저 자신을 천대 했을까요? 예수님 당신께서 저를 이렇게 아끼시는데 저는 왜 당신의 마음을 몰랐을까요? 천대받고, 천대하던 제게 당신께서 오셨습니다. 저는 빛을 보았습니다. 제 안에서 빛이 떠올랐습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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