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부부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정부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이하 난임 지원사업)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정재우 신부, 이하 생명윤리연구소)가 지난 10일 가톨릭대 성의교정 성의회관에서 연 세미나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난임 지원사업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 개선책 등이 제시돼 교회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이 세미나에서는 우리사회에서 급증하고 있는 ‘난임’을 개선하기 위해 개개인의 난임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학적 치료 등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무분별한 인공수정과 체외수정(시험관 아기 시술)을 줄이고 보다 건강한 부부관계와 가정공동체를 이루도록 돕기 위해, 보조생식술의 의미와 그 문제점을 명확히 알리는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난임부부가 급증하면서, 정부는 이들의 지속적인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2006년부터 난임부부들을 위한 인공수정 및 체외수정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난임 지원사업 시술은 총 137개 기관에서 3만33건이 이뤄졌다.

보조생식술은 시행 과정에서 과도한 난자 채취와 배아 생성 및 이식, 태낭의 선택적 유산 등의 문제점을 야기한다. 초기 생명들이 무분별하게 희생될 뿐 아니라 여성들의 건강도 심각한 위험에 방치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법에는 채취를 허용하는 난자 수와 배아 생성 및 이식 수, 태낭 인공유산 등에 관한 규정이 없다.

게다가 난임 지원사업의 규모는 시행 직후부터 해마다 급증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 정부의 지원과 결과 조사는 시술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사업의 문제점과 한계 등은 물론 기본적인 통계 조차 수합,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이 사업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실제 난임부부 현실과 윤리적 문제점 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사회의 난임 지원사업은 난임의 원인을 해결하고 치료하기 위한 의학적 지원 단계는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세미나 주제발표에 나선 김명희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연구부장은 먼저 난임 지원사업이 의학적으로 타당하게 지원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연구부장은 “현재 보조생식술을 하는 부부들 가운데 80~90%는 자신들의 난임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무조건 보조생식술을 한다”며 “이러한 행동은 부부 뿐 아니라 아이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또 김 연구부장은 “현재 우리사회 난임 지원사업은 그 타당성과 방법에 대한 심층 연구도 없을뿐더러, 보조생식술이 여성과 태아에게 끼치는 악영향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외면한 채 시행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현행 생명윤리법에 따르면 배아생성의료기관 또한 인간생명을 태어나게 하는 중요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기본 설비만 갖추면 허가를 받는 등 법규정도 미흡하다.

이에 따라 김 연구부장은 “우리는 난임 지원사업 체계 뿐 아니라 우리나라 보조생식술과 관련한 의료, 윤리, 법률 및 제조 등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특히 보조생식술을 통해 자녀를 갖는 것이 행복한 가정을 영위하게 해주는 행위인지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는 올 한 해 동안 ‘몸의 생명현상과 윤리적 문제들’을 대주제로 총 10회에 걸쳐 생명의 출생부터 성장, 욕망, 정결, 질병, 노화, 죽음 등 몸을 통해 마주하는 인생 과정 전체를 조망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