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에서도 일반대학과 마찬가지로 대학 졸업식이 있는데, 일반대학의 대학 졸업식과는 달리 행사가 요란스럽지 않고, 오히려 차분하기까지 하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사제 지망생들이 대학졸업 후 사회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사제 지망생들은 대학 졸업식보다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교회로부터 받는 고유한 직무에 더 의미를 둔다.
매학기 초, 3학년에게는 검은 수단을 입는 ‘착의식’이 거행되고, 4학년은 독서를 읽는 ‘독서직’, 대학원 1학년은 제단에서 봉사할 ‘시종직’, 그리고 대학원 3학년은 ‘부제품’을 받는다.
과거 신학교 시절을 회상해 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검은 수단을 처음 입었을 때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검은 수단을 입기 전에 일종의 통과의례로 특별예식(성타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자세히 밝히기 어렵지만, 특별예식은 검은 수단을 입기 전 선후배간의 끈끈한 정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한 배를 탄 형제’ 라는 깊은 정을 느꼈다.
이곳 신학교의 신학생들은 공동생활을 하는데, 공동생활 시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 어려운 시기는 신학과 1학년 때이다. 지정된 공동방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것은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친구를 이해하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라고, 대부분의 경우는 1년이란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친구차원을 넘어서 한 형제라는 유대감이 생긴다.
공동생활에서 시간의 흐름은 한 인간을 성숙하게 하는 약과도 같은지 모른다. 공동생활 중 때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며칠 밤을 하얗게 지세우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한 형제라는 끈끈한 정이 밑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공동생활에서 중요한 덕은 공동체 정신으로,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다름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신학교 공동체 생활이 즐거운 이유는 나를 이해해 주는 형제들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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