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해안본당(주임 한덕훈 신부)은 매 주일 저녁 6시 ‘음악 미사’를 봉헌하고 미사 중 한덕훈 주임신부가 파견성가 시간에 신자들에게 잔잔한 연주를 배경으로 안수를 해주고 있다. 생활성가를 밴드 반주에 맞춰 부르는 음악미사는 지난해 3월 시작해 이제는 해안본당의 대표적 사목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 신부는 자신에 대해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그저 기타와 피아노를 치면서 습작하는 정도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음악하는 신부’, ‘작곡가 신부’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2011년 사제품을 받은 한 신부는 지난해 1월 동기신부 중 선두로 주임 발령을 받고 해안본당에 부임했다.
본당 사목 책임자로서 가장 먼저 발견한 문제는 주일 저녁 청년미사에 신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독서와 해설 등 전례봉사를 하는 청년을 포함해 미사 참례 인원이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신자석에는 두세 명 앉아 있는 것이 고작이었다.
청년을 위한 미사에 청년이 전례 봉사를 하느라 충실하게 미사를 드릴 수 없다고 느낀 한 신부는 청년들을 토요일 중고등부 미사로 보냈다.
주일 저녁 미사는 소그룹으로 테이블에 둘러 앉아 봉헌할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생활성가 가수 1세대인 신상옥(안드레아)씨와 음악활동을 했던 손상현(필립보)씨가 한 신부를 찾아와 음악미사를 제안했다.
한 신부는 “제대로 안 할 거면 처음부터 안 하느니만 못하니 정말 똑바로 할 자신 있으면 해보자”고 말하고 지난해 3월부터 시험적으로 음악미사를 시도했다. 본격적으로 음악미사를 봉헌한 것은 5월이 돼서다.
이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음악미사가 이어지고 있다. 손상현씨를 중심으로 한 5인조 ‘손 밴드’는 사비를 들여 사설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주일 오후 1시30분 쯤 성당에 나와 음악미사를 준비한다. 미사 뒷정리를 하고 한 신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저녁 9시가 훌쩍 넘는다. 주일의 절반 이상을 할애할 만큼 손 밴드 단원들의 음악미사를 향한 열정은 대단하다.
미사 참례 인원도 많을 때는 100명이 넘고 평균 50명 선으로 음악미사 전에 비하면 무려 5~10배로 증가했다. 해안본당 음악미사를 찾는 신자들은 마음을 정화시키는 떼제음악을 들으며 10분 가량 이어지는 참회예절과 한 신부의 안수를 소중히 여긴다.
음악미사의 성공 요인은 음악도 미사 전례의 한 요소로 존중 받아야 하고 신자들은 ‘미사의 주인공’이지‘극장의 관객’이 아니라는 한 신부의 확고한 신념에서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성당에서는 입당성가를 부르다 사제가 입장하는 순간에 맞춰 성가를 중단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한 신부는 이를 두고 “미사 전례가 음악을 억누른다”고 표현했다. 미사 음악은 전주와 간주, 후주까지 온전히 부르고 밴드 멤버들은 드럼이든 전기기타든 주눅들지 않고 힘껏, 신나게 연주하라고 한 신부는 주문한다. ‘신부가 음악에 맞추면 된다’는 것이다. 온전한 음악으로 미사를 드려도 시간은 15분 차이가 날 뿐이다.
한덕훈 신부는 음악미사가 신자들에게 호응을 얻자 바이올린 등 현악기도 도입해 보다 풍성한 음악을 제공하고 그레고리오 성가 미사도 봉헌하고 싶다며 “음악미사와 안수를 하면서 제가 사제임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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