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병자들을 격려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돌보는 봉성체가 아픈 이들에게 진정한 형제적 사랑을 전하는 도구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교회의 다각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교회는 2000년 역사 안에서 병자들을 배려하며, 봉성체를 이어오고 있다. 성 유스티노의 「제1호교론」에 따르면, 이미 2세기부터 미사에 참여하지 못한 병자들에게 성체를 영해줬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오랜 역사에도 불구, 최근 고령층 신자들의 증가로 봉성체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반면 사제들 숫자가 한정돼 있다보니 봉성체 예식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봉성체 대상자의 한 가족은 “아픈 사람은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기다리는데 마치 번갯불에 콩 구워먹는 느낌으로 봉성체 절차가 이뤄지니 서운했다”며 당시의 섭섭했던 마음을 털어놓았다.
외부 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병자들은 봉성체를 통해 사제와 신자 공동체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삼고 있다. 때문에 취재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과 가족들은 “봉성체가 지금보다 더 충실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는 기대를 전하고 있다.
교회도 병자들의 바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일부 본당에서는 봉성체 대상자들을 위한 사목을 펼치고 있다.
춘천 애막골본당은 매주 봉성체를 진행, 많은 병자들이 성체를 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 대림동본당은 봉사자와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봉성체 예식 매뉴얼을 준비하고 있으며, 봉성체를 통해 차상위계층 신자들을 파악하고 사회복지적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대림동본당 주임 이성원 신부는 “아픈 사람을 찾아가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라며 “봉성체를 하나의 예식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가 그 병자를 위해 기도하고 있음을 알리는 시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지가 않다. 본당 사제들은 봉성체가 봉사직무이기는 하지만 본당 업무가 많다보니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설고해소와 마찬가지로 지역 전담 사제를 임명하는 방안이 하나의 의견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봉성체에 대한 신자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한 본당 사목자는 “봉사자들이나 환자 가족 등이 이해가 부족, 봉성체 하는 과정에서 대상자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다”며 “봉성체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영적인 예식이 완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손희송 신부는 환자들이 봉성체에 앞서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신부는 “예전의 경우 봉성체 전 환자들이 목욕 재개와 함께 기도로 준비를 갖춤으로써 봉성체가 더욱 충만해질 수 있었다”고 말하고, “아울러 신자들이 봉성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본당 차원에서 주보나 특강을 통해 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병자의 날 기획/환자 봉성체 의미가 사라진다
‘고령화’로 수요 늘지만 여건 인식 부족
지역 전담사제 임명 등 실질적 대안을
아픈 이들에게 큰 위안되는 봉성체
예식 현장서 본래 취지 뜻 상실 빈발
한정된 사제 숫자 업무과다 한계
“본당 교육 통한 바른 이해도 요청”
발행일2014-02-09 [제2881호,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