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위해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는 시간, 십자가의 길. 그 중에서도 모든 고통을 짊어진 예수님의 투박해진 두 손은 대가 없는 희생으로부터 드러나는 지극한 사랑을 여실히 증명한다.
교구 내 요당리성지(전담 장기영 신부) 야외마당에서 만날 수 있는 십자가의 길 역시 예수님의 사랑이 담긴 그 손에 주목하고 있다.
이숙자 수녀(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의 작품인 이 십자가의 길은 동을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기존에 볼 수 있었던 상황 전체를 묘사한 십자가의 길 형태에서 벗어나 손을 부각시킴으로써 그 손에 녹아든 예수님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전달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부분 안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묵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더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각 처의 핵심을 찾아 더 집중적으로 묵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이 수녀는 언어 다음으로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은 손짓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작품을 구상했다.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하느님의 손길과 함께, 우리 인간의 손을 통해 이루시는 많은 일들에 대한 묵상이 작품의 시발점이 됐다.
이 수녀는 “손짓 하나에 생사가 갈리는 일, 또한 손이 묶이고 체포된 상황은 죽음 같은 무력함을 의미하며, 말(언어)로 주고받는 것보다, 손으로 주고받는 것이 더 실천적이고 복음적이라는 것을 의미 한다”며 “더 나아가 손으로 만들어 표현된 예술작품들은 인간을 승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지 십자가의 길 14처 안에서도 체포되시는(손이 묶이는) 예수님 손, 십자가를 받으시는 예수님의 손, 넘어져 땅바닥을 짚으시는 예수님 손, 모자상봉 때 감싸주시는 성모님의 손, 키레네 사람 시몬이 도와주려고 내미는 손, 땀을 닦아주려고 수건을 내미는 성녀 베로니카의 손, 예수님의 고통의 길을 따라오며 눈물 닦고 있는 여인들의 손, 예수님의 옷을 찢어 나누어가는 병사들의 손, 예수님의 손과 발에 못을 박는 손과 못 박힌 손,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거둬들이는 제자들의 손과 생명이 사라진 예수님의 손, 삼베로 예수님의 시신을 감싸고 무덤으로 옮기는 제자들의 손, 유향을 들고 무덤을 찾아오는 여인들의 손길 등 각각의 손짓이 가진 깊은 의미를 따라가도록 했다.
아울러 이 수녀는 각 처를 밝히는 성경구절을 묵상하며, 십자가의 길로부터 느낄 수 있는 구원자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와 함께 예수님의 사랑을 우리보다 먼저 깨닫고, 그 사랑을 닮아가고자 목숨마저 내어놓은 순교 성인들의 신앙의 강렬함과 절절함은 성지에 십자가의 길이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