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신부님은 왜 신부님이 되려 하셨어요?”
“음… 저는 성령의 오발탄으로 인해 신부가 됐어요”
“성령의 오발탄이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건, 하느님께서 다른 사람을 사제로 축성하려고 보내신 성령이 엉뚱하게도 옆에 서 있던 제게 떨어져 제가 사제가 되었다는 뜻이랍니다.”
맞는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성령의 오발탄으로 인해 신부가 됐다. 아무 것도 모른 채 단순한 호기심으로 고1 때 처음으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고 세례를 받았으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예비신학생 모임인 줄도 모르고 갔다가 그저 그 모임의 친구들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신부가 되어볼까 생각하게 됐으니 말이다.
그랬다. 난 세례를 받고 나서도 신부가 혼자 산다는 것조차 몰랐으며, 그 당시 젊은 본당신부님 옆에서 도와주시는 자매님을 보면서 신부님은 젊은데 부인은 좀 늙었구나 하며 혼자 고개를 갸웃거렸으니, 이 정도면 정말 성령의 오발탄이 잘못 떨어진 것 맞지 않은가? 하기야 나는 견진성사도 신학교에 입학한 그 해 여름방학에서야 받았다.
이렇게 사제로 축성하기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나를 신학교 내내 지켜준 것은 아마 ‘오발탄 발사’라는 당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하느님의 도우심과 같이 입학한 동기들일 것이다.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해 설립된 수원신학교는 한 학년 52명의 초미니 대학으로 시작됐는데 처음이기에 더 많이 힘들었던 시기에 우리 동기들은 어려움 속에 때론 다투면서도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했다.
많은 동기들 중에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한 친구가 생각난다. 우리는 대학 4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갔고 모두들 군 생활을 마친 후 대학원에 복학을 했지만 그 친구는 복학 준비 중에 암이 발견돼 복학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3년여의 투병생활 끝에 결국 우리의 곁을 떠나게 된 그 친구는 마지막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죽음을 앞둔 친구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그 친구는 “나는 신부가 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가지만, 내가 먼저 가서 하늘나라에 우리 친구들 있을 곳을 마련해 놓을 테니 너희는 멋진 신부가 되어 내 몫까지 잘 살아주길 바랄께….”
그렇게 그 친구는 활짝 웃는 모습으로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친구 옆에서 성령의 오발탄을 맞았던 나는, 20년 전 사제서품을 받았다.
“병찬아!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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