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밥 내음이 솔솔 풍길 무렵, 오전 11시부터 기다리고 있던 70여 명의 어르신들이 질서정연하게 입장하기 시작한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하여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저염식, 잡곡밥 혹은 기장밥으로 마련된 영양식들이 어르신들을 맞이한다. 간식으로 나온 떠먹는 요구르트까지 맛있게 드신 어르신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봉사자들의 식사가 시작된다. 정신없이 보낸 시간이었지만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안산대리구 감골본당 맞은편에 위치한 엠마우스 경로식당(대표 박경환 신부, 이하 엠마우스)에서는 오늘도 기쁨의 잔치가 벌어졌다.
“집에서 쉬고 있으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허전해요. 할머니들이 쓰신 식판을 설거지를 하는데 너무 뿌듯했어요. 그동안 제가 참 행복하게 살았구나하고 느끼기도 했고요.”
본당 쁘레시디움 단원들과 함께 봉사를 나온 정영자(엘리사벳·39)씨는 지난해 4월부터 엠마우스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엠마우스의 든든한 지원군인 감골본당 쁘레시디움 단원들은 매달 정해진 날 이외에도 봉사자가 부족하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기쁘게 봉사를 하고 있다.
“따뜻한 밥과 정성에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저희가 하는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차상위계층과 독거노인, 수급자 등 등록된 인원만 150명이 넘는 식구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해 엠마우스를 찾아올 수 없는 이들도 있다. 엠마우스 초기부터 함께 해온 황선옥(마리아 막달레나·52) 사무장은 그런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는 이런 엠마우스의 노력을 인정해 지난해 자원봉사 우수 수요처로 선정하기도 했다.
“감골본당 신자들 외에도 새마을 부녀회, 사2동 주민자치위원회, 통장협의회 등 많은 곳에서 엠마우스로 봉사를 와요. 매년 5월 1일과 10월 1일에 방학기간 중 봉사할 학생들 신청을 받는데 일주일도 안돼서 마감되곤 하죠.”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봉사를 하고 있는 김예진(카타리나·16)양은 “솔직히 좀 힘들긴 하지만 여기서 뵌 분들을 성당에서 보면 아는 척 해주시고 인사도 반갑게 받아주셔서 좋다”며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또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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