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0살 소녀의 연주가 서울 청담동성당을 가득 채웠다. 작은 두 손이 만들어 내는 음색에 청중들은 갈채박수로 화답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흐른 후 어엿한 피아니스트로 장성한 김보나(보나)씨가 지난 1월 오랜 유학과 외국생활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다시 한 번 감동의 연주를 선사했다. 한국에서는 10년만의 독주회 무대였다.
“친정에 돌아온 느낌이었어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정말 편하게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무대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연주했던 모든 활동을 총망라하는 시간이었다. 미시간 대학과 맨하탄 음대, 일리노이대학 등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고음악과 현대음악을 넘나들며 전문 지식을 쌓고, 뉴욕에서 수많은 작곡가들과 교류하며 스펙트럼이 넓은 연주자가 되기 위해 쏟아 부은 김씨의 노력이 녹아든 자리였다.
“전에는 연주가 피아니스트로서 당연한 일이었고, 의무였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연주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함을 깨달았어요.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신 하느님과 부모님, 가족, 청중들에게 감사했어요.”
김씨는 시작부터가 남달랐다. 본당에서 열린 학생 콩쿠르에서 수상하고, 성당에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가족들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김수창 신부(원로사목자)는 “보나 같이 재능 있는 아이들은 그 능력을 잘 키워 하느님의 일에 써야 한다”며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 역시도 하느님이 주신 달란트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품고 있었다.
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김씨는 가슴에 담았던 생각을 이제 행동으로 옮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설과 대화가 있는 음악회를 통해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음악을 청중과 나누고, 2년에 한 번씩 동생 김승훈(로무알도)씨와 함께 하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 음악회를 ‘이웃과 함께하는 연주회’로 꾸밀 생각이다. 지난해 7월 진행한 연주회에서 이미 음악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해 따뜻하고 훈훈한 공연을 펼친 그였다.
“제게 신앙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제가 걸어온 길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두 하느님의 도움으로 가능했어요. 이제는 더 좋은 음악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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