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유한 맛과 색을 지닌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들 각자를 얼마나 독특하게 창조하셨는지요! 나와 똑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얼굴이 비슷하게 닮은 사람을 볼 수는 있습니다. 말투나 행동이 비슷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사람은 없습니다. 비슷할 뿐입니다.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지구에 살고 있습니다. 이 많은 사람이 모두 다르고 각자가 모두 특별합니다. 우리들 모두는 다른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을 하느님께 받았습니다. 우리가 다른 어떤 사람을 따른다고 해도 그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서로 다르며 특별하고 고유하고 독특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정말 특별한가?”라고 의문이 들 때, “예, 특별합니다.”라고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대답해 주실 것입니다.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하겠습니까?” 세상이 우리를 잃으면 어느 누구로 우리 자리를 메꿀 수 있겠습니까? 우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소금의 짠맛이 음식의 맛을 냅니다. 우리의 고유한 맛, 역할, 존재가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흘러가게 합니다. 내가 없다고 세상이 안 돌아가겠냐고요? 내가 없다고 세상이 더 나빠지거나 더 좋아지겠냐고요? 어떤 답을 하시겠습니까? 내가 없으면, 우리가 없으면 절대로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직접 창조하셨잖아요. 우리를 빚어 만드시면서 고유한 사명을 새겨주셨습니다. 지금 우리가 은퇴를 했거나, 실업의 상태이거나, 학교를 못 가고 있거나, 어떤 처지에 놓여있건 우리가 아무런 사명 없이 허송세월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별볼일 없어 보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 나만의 맛을 내고 있습니다. 또 과거에 그랬습니다. 가장, 남편, 아내, 엄마, 아빠, 아들, 딸이란 이름으로 우리는 가족 안에서 많은 맛을 냈습니다.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떨떠름한 맛까지 가족 안에서 냈습니다. 가족들은 나의 이 맛을 즐겼고, 함께 나눠서 만들어냈습니다. 학생, 신입사원, 대리, 과장, 부장, 사장이란 이름으로 우린 또 맛을 내왔습니다. 사회에서 우리 각자는 성공, 실패, 노력, 격려, 칭찬, 충고란 맛을 보았고 또 나눠줬습니다.
나는 어떤 색을 내고 있을까요? 어떤 색을 내 자신에게 칠하고 계십니까? 옆 사람과 똑같은 색을 덧칠하고 계신 것은 아니겠지요? 하느님께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색을 칠해주셨다는 사실 다 아시죠. 그 색을 우리는 자꾸 감추려고 하는 듯 합니다. 우리 눈에 더 좋아 보이는 어떤 색을 자꾸 만들고 그 색을 덧칠하는 모습을 적지 않게 봅니다. 얼마나 하느님께서 안타깝게 보실까요? 정말 아름답고 딱 맞는 색을 우리에게 입혀서 보내주셨는데, 거기에 이상한 색을 덧칠하는 모습을 보시는 하느님. 그래서 저희에게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우리의 연약함 때문에 덧칠한 것을 벗겨내고 본래의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색을 볼 수 있게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우리의 색, 우리의 빛을 덧칠해서 감추고, 함지로 덮어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비춰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색을 가지고 이 세상에 파견되었습니다. 색을 더 입힐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우리 고유의 색을 드러낼 것입니다.
우리는 아주 중요한 맛과 색을 지니고 하느님의 특별한 명령과 함께 이 세상에 왔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그 명령을 착실히 수행해 왔습니다. 어떤 때는 기쁨과 환희, 성공이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또 어떤 날에는 좌절, 절망, 실패, 아픔, 상처의 일들이기도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사명이었습니다. 인간적인 눈으로 볼 때, 그것이 성공과 실패로 나뉘어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시선에서는 우리의 맛과 색이 제대로 발휘된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맛과 색이 더 진해지고 그래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우리의 맛과 색을 더 진하고 풍부하게 해 주시는 분은 예수님뿐이십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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