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처럼 떠오른 새날이여
두껍게 얼어 붙은 어둠을 가르고
일시에 빛을 준비시킨
저 해는
어제의 해일순 없다고
그대는 편지에 썼지
참으로 방자했던
어제의 우리
하늘은 분명
또 한번의 용서를 허락함인가
바람 속 고개 숙인
꽃들의 내통
끊임없이 밀리던
허망한 뒷공론
끝내 낙화로 흘리며
불쌍한 나의 그대는
깊은 눈빛도 담아 왔지
그래 이 새벽
우리 창을 열자
임시로 못질하고
칼날 가는 바람을 막자던
높은 창을 활짝 열자
미아도 탕아도
발돋움하는
새날의 신선한 호흡
우리의 신앙처럼
틀림 없이 떠오른 아침이여
절대의 한해로만
그렇게 펼쳐져야 한다고
내 희망 그대는
또 그렇게 썼지
서러운 기다림 멈추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늘 구겨 살던
어린 마음
후질근한 마음
마음 마음들
어버이의 어버이
그리고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서로 서로 목메어 부르며
힘껏 부둥켜 안자
그냥 껴안은채
금빛 찬란한 저 해를
손짓하고 눈물 흘리고
고개 들고 우러러 보자
아아 오늘만은
그대의 참회록도
잠시 접어 두어야 한다
골목 골목 높은 철망
밤새 부끄러운 바람으로
서성이던 우리
돌아서지 못함이여
상한 날개 추스리며
겨울숲에서 나오라
더운 손으로 마련한 자리
오직 새날만을
축배 들기 위해 오라
해 묵은 한숨
허공에 뿌리고 어서
끝내 해가 솟았구나
우리의 한강에도
가슴 떨리는 새날의 해가
반짝이는 잔물결 세우고 있구나
내 생명 그대여
더 더 가슴을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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