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성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그에 관한 연구가 신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그와 병행해서 추진되어야 할 신앙의 교의신학적 접근은 소수의 예외를 빼놓으면 신자들의 관심권에서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사제직이나 수도생활을 지망하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이 그 첫째 이유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이유들을 우리는 여러면에서 찾을수 있겠지만 우선 이런걸 들수있겠다.
즉 교의신학 분야의 서적들이 없는 바는 아니지만、그대 부분이 번역물이어서 그 안에 취급되어 있는 문제들이 깔고있는 문화ㆍ사회적 여건들이 우리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이를 바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에서 그리스도교 신학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그 학문이 주로 서양에서 발전되어 왔다고 하는 엄연한 사실때문에、적어도 제1단계로서 어쩔 수 없이 서양신학을 참고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여 있다고 해도、그것을 완전히 소화하여 오늘 여기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의미를 띠는 방식으로 다시 표현해야 한다는 요청은 절실하다. 이런 작업은 엄밀한 의미에서 신학의 토착화를 논하기 이전 단계에서 치루어야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전문가적 소양과 여건이 갖추어져야만 하기 때문에、아직도 많은 분들이 이 작업에 가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 그리스도교 일반、특히 가톨릭교 내에는 단지 몇분만이 이 어려운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 몇 안되는 신학자들 가운데에서도 본서의 저자가 그동안 이루어낸 작업은 그 양과 질에 있어서 특별히 괄목할만한 것이었다. 저자는 이미 1981년에 출판된「그리스도와 구원」에서 신학자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그후 3년간의 소작들을 모은 본서는 학자로서의 자세를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정진해온 저자의 더욱 원숙한 풍모를 엿보게 해준다. 특히 제1부「하느님 이해」와 제4부「신학원리」에서는 전문적 신학도들에게도 좋은 참고서가 되기에 충분할 만큼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깊이 있는 글들이 수록되어있다. 제2부「신앙이해」와 제3부「한국교회」에는 좀더 사목적인 동기에서 쓰여진 글들이 소개되어 저자의 사유방식과 관심의 범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저자 자신의 말대로『잡지사와 기관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발표한 글과 강연 내용을 정리하여 출판한』점에서 앞서나온「그리스도와 구원」의 경우처럼 수록된 글들의 길이와 깊이가 각기 다른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때 신앙생활과 신학이 제기하는 이러저러한 주제들을 이만큼 차분하고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해놓은 책이 흔하지 않은 한국교회에 저자는 또하나의 귀중한 공헌을 한 셈이다. 「전환기의 신앙이해」라는 본서의 副題도 암시하고 있지만 그리스도교는 오늘날 그 신앙이해의 역사에서 과거 어느때 보다도 더욱 근본적으로 신앙자체를 재조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신학도들은 물론이고、자기 믿음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원하는 모든 구도자들에게 흔쾌한 마음으로 一讀을 권하는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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