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체장애자들의 맏형님 곽병준씨(47ㆍ베드로).
4세때 소아마비를 앓아 양하지(兩上肢)장애의 고통과 싸우면서도 다른 지체장애자들의 자활에 일생을 건 곽병준씨에게는 이 겨울의 매서운 바람도 차갑지 않다.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계에 위치한 허름한 작업장이지만 도봉구 도봉 2동 89번지의「베드로 성인직업재활원」에서 일하고 있는 13명의 지체장애자들과 함께 장애자들도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신념의 길로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몸을 다쳐보지 않고서는 그 상처의 아픔을 모르고 불구의 몸이 아니면 불구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
성인지체장애자들이 제화기술을 통해 자활을 다져가는「베드로 성인직업재활원」은 곽병준씨가 이 같은 정신으로 이룩한 땀과 기도의 결정체이다.
지난 73년 9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6개월간 병상생활을 해야 했던 곽병준씨는 사고를 당하기전 스스로 장애자인 까닭에 다른 장애자를 보기 싫어했던 자신의 의식을 새롭게 고쳤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농업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간호원ㆍ치과기공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제화기술까지 습득、역경을 이겨냈던 곽병준씨는 이 사고로 장애자의 고통은 스스로 이겨나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76년 지체장애자들의 모임인「금십자가회」를 조직 장애자들끼리 서로 나누는 삶을 살아가도록 했던 곽병준씨는 80년 2월 1일 도봉구 상계 1동 1138번지에서「한국지체장애자 기술양성원」을 열었다.
당시 살고있던 집을 팔아 온 가족이 1년동안 성인지체장애자들과 함께 살았던 이 기술양성원은 81년 3월 현재의 위치로 옮기면「베드로 성인직업재활원」으로 개명하고 장애자들의 기술양성과 함께 자립의 길을 만들기 위해 구두제작과 판매도 병행하게 됐다.
장애자교육이 어린이 대상으로 편중돼있어 성인지체장애자들이 기술을 익힐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현실을 감안、문을 연 이성인재활원은 기술이 있다해도 장애자라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그나마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하고있는 수많은 장애자들에게 새희망을 안겨주었다.
설립 5년동안 45명의 성인장애자들이 자활의지를 키우고 나간「베드로 성인직업재활원」은 현재 13명의 성인 지체장애자들이 매월 1천여켤레의 간호원용 구두를 생산、전국의 병원에 납품하면서 어렵게나마 현상을 유지하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의 도움을 많이 받고있다』고 전한 곽병준씨는『본당 신자들까지 찾아주어 더욱 힘이 솟는다』고 밝혔다.
그러나「베드로 성인직업 재활원」에는 사실상 더욱 큰 관심과 나눔이 절실히 요청되는 단계에 와있다.
지금의 건물은 시유지 1백평을 빌어지은 것이어서 성인지체장애자들의 자활보금자리가 언제 헐릴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한 성인지체장애자 자활기관이 절대부족한 현실속에서 찾아오는 장애자들을 되돌려보내는 가슴 아픈 일이 수시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2년 자금 사정으로 문을 닫을뻔한 위기를 극복해낸「베드로 성인직업재활원」은 이러한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부터 후원회원을 모시는 등 자활기반을 확산시켜 나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것을 오직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있다』고 토로한 곽병준씨는『그러나 금년에는 「베드로성인직업 재활원」식구들의 노력도 한층 배가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힘이 닿는다면 여성성인 지체장애자들에게 봉제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자활하도록 돕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힌 곽병준씨는『장애자 복지는 경제적인 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애자에 대한 인식개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원장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쇠지팡이에 의지하고 작업실을 분주히오가는 곽병준씨는 하루 80km정도를 세발오토바이로 다니며「베드로성인직업재활원」일을 보고있다.
『봉사의 삶이란 살아갈수록 어려운 것』이라는 곽병준씨는『보이지않게 그러나 그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겠느냐』며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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