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원동성당 1층에 자리한 ‘파티마 클리닉’ 간판을 처음 본 이들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성당 안에 병원이 있는 것일까? 주일이면 이곳은 본당 신자들과 진료상담 등을 위해 방문한 어르신들로 북적댄다. 가정의료분과 덕분에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불안함이 없어졌다고, 일반신자들도 친절한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어 기쁘다며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잠원동본당 가정의료분과(분과장 이종호, 주임 염수의 신부)는 이곳 ‘파티마 클리닉’을 구심점으로 의료봉사를 펼치는 독특한 사목을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이종호 가정의료분과장은 “본당 가정의료분과는 신자들이 보다 쉽게 재능기부를 하고, 봉사활동을 다각도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봉사 베이스캠프”라고 설명한다.
가정의료분과의 전신인 가정의료부는 지난 1997년 관할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재가 의료상담을 지원하기 위해 발족됐다. 당시엔 지금처럼 ‘가정간호’ 제도 등이 전무했던 터라, 빈부에 관계없이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 대한 재가 돌봄에 목마른 이들이 많았다. 이후 가정의료부는 재가 환자 진료 뿐 아니라 무의촌 의료봉사와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 등도 정기적으로 펼치며 봉사 활동을 확대해왔다.
이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격려하기 위해 본당 주임 염수의 신부는 최근 가정의료부를 가정의료분과로 승격시키고, 성당 리모델링 후 보다 전문적인 설비를 갖춘 ‘파티마 클리닉’도 열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재 가정의료분과 산하에서는 30여 명의 전문의들을 비롯해 간호사와 약사, 호스피스 봉사자 100여 명이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내·외과와 안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통증클리닉 등은 물론 한방까지 지원하는 그야말로 움직이는 종합병원과 같은 모습이다. 경기도 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진료에 나설 때는 타본당 소속 의사들과 통역 및 차량 봉사 등에 나서는 레지오마리애 단원들도 함께 한다. 또 가정의료분과는 해마다 외국인 노동자 독감예방접종 비용만을 본당으로부터 지원받을 뿐, 클리닉 운영과 봉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분과원들의 회비와 자발적인 후원금 등으로 충당한다.
특히 가정의료분과는 발족 초기부터 운영하던 장애아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 서울대교구 12지구 장애아들로 구성된 ‘엔젤스 합창단’을 설립해 이들의 정서적·심리적 치료와 사회성 함양도 적극 도와 관심을 모은다.
가정의료분과를 담당하는 이경복(마카베오) 간호 수녀는 “일반적으로 치료에 대한 개념을 단순히 의료적 처치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정의료분과를 통해 봉사하시는 신자분들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내외적 치료제가 되어주고 있다”며 가정에서의 돌봄과 같은 의료 활동의 중요성을 전했다.
한편 가정의료분과는 사회발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풍요 속의 빈곤’ 안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방문 상담 활동에 더욱 힘을 실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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