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앉아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다. 바야흐로 ‘뉴미디어’의 시대다. 뉴미디어는 디지털 기술과 짝을 이룬다. 뉴미디어가 지니고 있는 대부분의 특성들 - 대표적으로 ‘관계성’과 창조적 참여를 가능하게 해주는 특성들은 사실 디지털 기술에 힘입은 바 크다. 세상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하나로 (꽉) 엮어 매고 있는 인터넷과 바로 이 ‘그물’안으로 사람을 진입시켜 주는 컴퓨터는 디지털 기술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이제는 하도 습관이 되어 ‘손바닥의 부속기관’처럼 느껴질 정도인 스마트폰 역시 빠질 수 없는 뉴미디어다. 그런데, 새로운 것의 탄생은 오래된 것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새로운 것만 갖고는 결코 새로운 무엇이 나올 수 없다. 순전히 새로운 것들로만 조합되어 탄생한 전적으로 새로운 물건은 대중들을 어리둥절케 할 뿐이다. 따라서 대중을 상대로 비교적 새로운 쓰임새를 지닌 무엇을 만들어냈다면, 제작자들은 그 물건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광고이고, 애플은 이 부분에 있어서 뛰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어쨌든, 뉴미디어 역시 전적으로 새롭지는 않다. 그 안에는 과거의 기술과 컨텐츠들, 과거의 버튼과 스위치가 포함되어 있으며 따라서 사용자는 비록 헉헉대긴 해도 새로운 미디어의 변화상을 따라갈 수 있다.
뉴미디어의 진화를 쫓아갈 수는 있으나, 뉴미디어가 지닌 문화적 함의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 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웹 서핑을 한다 해서, 인터넷을 더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자, 당신이 여태까지 줄창 의자에 앉아 인터넷을 했는데, 과연 인터넷이 무엇인가요?”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인터넷을 했건만,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인터넷을 사용하는 행위가 ‘이해의 행위’가 아닌 ‘소비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에 온갖 컨텐츠를 공급하고 인터넷 공간 자체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바인지도 모른다.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소비하고 잊어버려라’ 이런 의도 말이다.
이 점을 안타깝게 여겨 (뉴)미디어 자체에 대한 이해를 시도해 보지만, 이 역시 말처럼 쉽지 않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미디어의 중층성이다. 미디어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미디어는 산업이기도 하며, 컨텐츠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 미디어는 ‘기술’이나 문화현상을 지칭하기도 한다. 미디어는 해독해야 하는 텍스트이기도 하며, 다양한 효과를 야기하는 ‘탄환’이기도 하다. 결정적으로, 미디어는 우리의 환경 자체이다. 바로 이러한 중층성으로 인해 우리가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들인 그 많은 시간에 비해 미디어 자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렇게 미디어를 소비하는 동안, 그 미디어를 통해 알 수 없는 ‘물결’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끊임 없이 우리를 읽어내고, 우리의 기호를 파악해낸다. 혹시 당신이 이런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그들의 제안은 소름 끼칠 정도로 정확하다.
자, 이제 우리가 그들을 읽을 차례다. 읽힘에서 읽음으로!
1999년 서울대교구 사제로 서품됐으며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에서 ‘매스컴과 종교의 관계 연구’로 신문방송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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