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할 수 있다.” “너는 율법 학자나 바리사이보다 더 의로울 수 있다. 너는 형제에게 성내지 않고 살 수 있다. 너는 음탕한 생각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맹세 같은 것 하지 않고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예!’와 ‘아니오!’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렇게 외치고 계십니다.
어디에 그런 말씀이 있냐고요? 그 반대의 말씀을 하시고 계신 것 아닌가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 나는 한시도 죄인 아닌 적이 없고, 재판정에 셀 수도 없이 갔어야 했고, 악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만 있다는 것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예, 우리는 죄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예수님께서 너무나도 사랑하는 죄인입니다. 죄인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어떻게 죄인을 사랑할 수 있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죄인을 사랑하십니다. 예수님 살아생전에 얼마나 많은 죄인들을 품어 안으셨습니까! 얼마나 많은 죄인, 병자들을 치유해 주시고, 손 잡아 주셨습니까! 죄인인 나를, 우리를 예수님께서 포기하지 않으시고, 잊어버리지 않으시고, 당신의 따뜻한 손을 내미십니다. 제 차가운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십니다. 그렇게 우리 곁에 앉아계십니다.
그렇게 사랑이 많으시고, 따뜻하고 우리를 걱정하시는 분이 우리에게 어떻게 이런 혹독한 말씀을 하시냐고요? 우리의 죄를, 잘못을, 나태함을 비난하고 단죄하는 것으로 들리십니까? 제게는 “너, 동일아, 너는 할 수 있다. 의롭게 하느님을 증거하며 살 수 있다. 형제들을 감싸고, 걱정하고, 사랑으로 보듬을 수 있다. 마음의 산란함을 충분히 하느님과 함께 걷어내고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다. 언제나 소신대로 세상에 하느님의 뜻과 네 자신의 양심을 드러낼 수 있다”라고 예수님께서 격려해주시는 부드러우면서 강단 있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를 격려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진심 어린 충고가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또 어떨 때는 가닿기 어려울 것 같은 그래서 일찌감치 포기했던 목표를 상기시켜주는 것이 위로가 됩니다. 그래 나도 할 수 있어. 마음 안에서 뜨거운 무엇이 올라오며 얼굴이 상기됩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그래 해보는 거야. 난 할 수 있어!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안 돼 라고 믿고, 잊었던 우리의 열정, 원의, 사랑을 일깨워주십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악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투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하고 싶습니다. 많은 면에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뜨거운 격려를 우리는 받고 있습니다. 1독서에서 “충실하게 사는 것은 네 뜻에 달려 있다”라고 우리는 들었습니다. 우리는 뜻이 있습니다. 그리고 원합니다. 남은 것은 우리가 계명을 지키며 사랑을 실천해 나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계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친히 어떻게 실천하면 되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고3시절에 자율학습시간이 되면 그날 공부할 양을 정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부할 양이 엄청났습니다. 수학 문제집 한 권, 영어 참고서 한 권, 국어도 마찬가지, 이런 식으로 한 달을 해도 어려운 양을 하루치 목표로 세우는 것입니다. 그러고는 정해놓은 목표에 2 퍼센트 정도 달성하면 충분히 잘 했다고 스스로 만족했습니다. 왜 그렇게 목표를 많이, 높게 잡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의 대답은, “이 목표가 황당하니? 언젠가 나는 이 목표에 다다를 거야. 오늘은 한 발작 더 다가간 것이고” 이렇게 멋졌습니다. 그 친구의 목표 세우기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이렇게 엄청난 목표를 세워주신다 싶습니다. 상상해 보셔요. 의롭다고 말하던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보다 더 의로운 나를. 언제나 형제에게 상냥한 나를. 양심에 따라 소신을 펼치는 나를. 오늘 우리는 이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완전한 모습으로 하느님 아버지를 뵐 것입니다. 나는 할 수 있습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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