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반복해서 땅의 피조물을 위한 하느님의 관심에 대하여 말한다. 먼저 이것은 시편의 중요한 주제이다.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시어 세상이 당신의 조물들로 가득합니다.”(시편 104,24) 그리고 이 주제는 욥기에서도 발견된다. 폭풍 속에서 말씀하시는 주님에게서 욥은 그분의 놀라운 일과 창조 세계에 대하여 배운다. “너는 눈 곳간에 들어간 적이 있으며 우박 곳간을 본 적이 있느냐? 내가 환난의 때와 동란과 전쟁의 날을 위하여 저장해 둔 것들을?”(욥 38,22-23) 하느님은 계속해서 사자, 까마귀, 산양, 사슴, 들나귀, 타조, 말, 매, 거대한 수중 생물, 구름, 기후, 별들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솔로몬이 가졌던 지혜의 표지는 말하는 것이었다. 그의 말에는 다양한 땅의 피조물이 포함된다. “솔로몬은 레바논에 있는 향백나무부터 담벼락에서 자라는 우슬초에 이르기까지 초목들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었으며, 짐승과 새와 기어 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관하여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모든 민족들에게서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왔다. 그 가운데에는 세상 모든 임금이 그의 지혜에 관하여 소문을 듣고 보낸 이들도 있었다.”(1열왕 5,13-14) 창조 세계와의 관계는 “의인은 제 가축의 욕구까지 알지만 악인은 그 자비마저 잔인하다.”(잠언 12,10)와 “내 이름으로 불리는 내 백성이 자신들을 낮추고 기도하며 나를 찾고 악한 길에서 돌아서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용서하며 그들의 땅을 회복시켜 주겠다.”(2역대 7,14)에서도 발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창세기 9장의 계약은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을 위한 하느님의 관심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하느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그분의 관심은 당신 백성과 땅, 곧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이다.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인간을 환경으로부터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함께 구원하시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환경 문제와 인간 구원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성경에서 배운다. 이것은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를 이해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노아와의 계약은 전체 하느님의 구원 경륜 안에서 하나의 준비이다. 이 땅과의 첫 번째 계약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을 위한 길,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새로운 창조를 준비한다. “무지개가 구름 사이로 드러나면, 나는 그것을 보고 하느님과 땅 위에 사는,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영원한 계약을 기억하겠다.”(창세 9,16) 이 계약은 영원하고 지속적이다. “영원한 계약”이라는 표현은 이후 성경의 계약들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노아와의 계약은 일시적이고 잠정적이지 않고 “미래의 모든 세대를”(창세 9,12) 위한 것이다. 하느님은 실제로 땅과, 곧 모든 피조물과 영원한 계약을 맺으셨다. 따라서 성경에서 약속된 새 하늘과 새 땅은 어떤 의미에서 하느님의 피조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시 새롭게 하기(renewal)이다. 즉 새 창조는 무로부터의(ex nihilo) 두 번째 창조가 아니다. 오히려 새 창조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회복(restoration)이고 “창조 세계를 다시 새롭게 하기”(renewal of creation)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창세기 9장의 빛으로 로마서 8장을 보고, 후자를 통해 전자를 다시 읽는다.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조물만이 아니라 성령을 첫 선물로 받은 우리 자신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우리의 몸이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습니다.”(로마 8,22-23) 그리고 창세기 9장의 빛으로 우리는 요한 묵시록의 약속을 다시 읽는다. “이제 죽은 이들이 심판받을 때가 왔습니다. 하느님의 종 예언자들과 성도들에게, 그리고 낮은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하느님의 이름을 경외하는 모든 이에게 상을 주시고 땅을 파괴하는 자들을 파멸시키실 때가 왔습니다.”(묵시 11,18) 이와 같이 노아와의 계약은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를 이해하는데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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