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발표된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의 시복 결정이 갖는 의미는 무엇보다 한국 가톨릭교회의 성장과 역량의 결과라는 데서 찾을 수 있다.
1997년 추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통합추진을 결정한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 추진은 1984년 103위 성인 시성의 영광과 감격 뒤에 가려진 한국교회 신자들의 아쉬움에서 비롯됐다. 103위 성인 시성은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가 주축이 돼 진행됐고 그 대상자도 기해박해(1839년), 병오박해(1846년), 병인박해(1866년) 순교자가 주를 이뤘다.
한국교회 초기 박해로 기록되는 신해박해(1791년)와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들이 대거 하느님의 종 124위에 포함된 것은 그들이 103위 성인보다 먼저 한국교회의 초석이 됐고 순교로 신앙을 증거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안명옥 주교(마산교구장)도 9일 “이번 시복 결정은 한국교회의 순수한 힘으로 이끌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 통합추진 결정 후 시복 결정이 나기까지 17년이 흐르는 동안 초대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헌신한 박정일 주교(전 마산교구장)를 필두로 로마 주재 시복 청원인 김종수 신부(로마 한인신학원장)가 현지에서 시복과 관련된 행정 업무를 헌신적으로 처리했고 미국 이민 1.5세대인 로마 공동연구가 정시몬 신부가 시복 청원서의 번역과 연구, 정리 과정에서 중요 역할을 담당했다.
시복 핵심 담당자들은 물론 전 교구에 걸친 신자들의 시복을 향한 기도와 노력은 한국교회를 하나로 일치시키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위원회와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공동으로 시작한 하느님의 종 124위를 위한 124억 단 묵주기도 운동, 지난해 9월 한국 주교단 최초의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도보 순례, 수원교구의 초기 평신도 지도자 시복시성을 위한 총 4차 심포지엄 개최, 대전교구의 2012년 ‘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 교구 주보와 페이스북 연재, 부산교회사연구소의 시복시성 도보성지순례 활성화를 위한 ‘순교자 카드’ 제작 등 시복시성 운동의 한 획을 긋는 움직임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시복 결정에 이어지는 또 다른 관심의 대상은 시복식의 시기와 장소이다. 전통적으로 시복식은 교황청 시성성 장관이 주례하지만 하느님의 종 124위의 시복식은 교황이 올 8월 대전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기회에 직접 주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교황청 소식통은 교황의 한국 방문을 확정된 것으로 보도했지만 주교회의 관계자는 “교황님이 시복식을 주례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교황청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24위의 대표 순교자인 윤지충이 순교한 전주 등이 시복식 장소로 물망에 오르는 가운데, 103위 성인 시성식을 치른 경험이 있고 정부의 행정적 협조를 얻기 용이한데다 신자들이 집결하는데 다양한 편의가 보장된다는 면에서 서울에서 시복식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시복식이 예상보다 앞당겨 치러질 수도 있기 때문에 3월 이전에는 시복식 준비위원회가 구성돼야 하고, 5~6월에는 아시아청년대회와 시복식을 위한 2차 헌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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