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의 천진함을 가지고 있을 때,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고 말한다. 김승수(마태오·10·성남대리구 광주본당)군 또한 어린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한 열정으로 고사리 손을 바삐 움직여 하느님께로 향한 선물을 마련했다. 3년간(2011년 8월 28일~2013년 11월 17일) 미사 독서를 필사해 책으로 엮은 것. 지난 1월 25일, 작은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제가 쓴 독서가 책으로 완성되고 나니, 신기하고 뿌듯해요. 손이 아프고 힘들기도 했지만, 막상 책이 나오니 기분이 좋아요.”
김군은 부모님과 함께 매 주일 큰할아버지인 김영배 신부(교구 원로사제)가 주례하는 가족 미사에 참석한다. 이 미사에서 복사와 독서를 담당하는 김군이 어느 날 예쁜 편지지에 독서 내용을 적어가 읽은 것이 필사의 첫 걸음이었다. 김 신부가 필사를 해보라고 권한 것이다. 필사한 것을 책으로 만들자고 한 것도 김 신부였다.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그날 제 모습을 보시고는 독서를 따라 써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주일마다 할아버지 신부님께 검사를 받으러 가면, 잘 썼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지요.”
책 제목은 「어린이 손에 계신 주님의 말씀」이다. 비록 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어린 김군의 손에 모아진 독서 말씀이 김군이 자라나고, 신앙생활을 하는데 좋은 밑거름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말씀을 눈이 아닌 손으로 쓰고 마음으로 익히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글씨 공부는 덤으로 저절로 이뤄졌다. 덕분에 김군의 글씨체는 또래 어린이들보다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글씨가 달라지면 흐름이 깨질까, 다 지우고 다시 쓰기도 했어요. 아빠 엄마도 많이 도와주셨지요. 힘들었지만 이젠 혼자서도 잘 쓸 수 있어요. 처음에는 2시간 정도 걸리던 것이 이젠 30분이면 충분해요.”
김군의 부모는 김군을 격려해가며, 독서 내용을 읽어주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등 김군의 필사를 도왔다. 주위 가족들도 김군이 끝까지 힘을 낼 수 있도록 칭찬과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맨 앞장에 할아버지 신부님께서 써주신 글을 받았을 때 가장 기뻤어요. 할아버지 신부님의 축하 글이 제일 마음에 남아요.”
김군에게는 처음 자기 손으로 만든 이 책이 제일가는 보물이 됐다. 비록 가족들이 함께 보기 위해 소량으로 찍어낸 책이지만, 평생 간직할 생각이다.
“이 책을 대대로 가보로 물려줄 생각이에요. 특히 원본은 더욱 소중하게 간직할 겁니다. 또한 친구들도 이 책을 함께 보고, 필사에 동참하길 바라요.”
김군은 곧 첫 영성체 교리를 앞두고 있다. 교리를 받는 동안 함께 해야 하는 성경 필사가 김군에게는 이미 또 다른 도전이자, 익숙한 습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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