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있으니까 가는 거죠. 사실 저희가 가서 못 봐주는 환자도 많아요. 그 환자들에게 다음에 다시 와서 봐주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을 지키러 왔다가 다른 환자들과 또 약속을 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보니까 안 갈 수가 없죠.”
전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구강악안면외과 신효근(미카엘·63·전주 인후동본당) 교수가 베트남에서 구순구개열 수술을 무료로 해준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30회가 넘는 의료봉사를 통해 혜택을 받은 환자 수는 600여 명에 달했다.
베트남 정부는 신 교수의 공로를 인정하고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국민건강훈장을 수여했다.
“구순구개열은 언청이라고도 불리는데, 태어나면서부터 입술과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기형을 말해요. 베트남에는 고엽제의 영향인지 환자들이 유난히 많더군요. 어렸을 때 해줘야 하는 수술인데 나이 오십이 넘도록 수술을 받지 못한 환자도 만났었습니다.”
의료봉사는 7월과 11월에 실시된다. 40도가 넘는 무더운 더위와 함께 뎅기열과 말라리아를 옮기는 무서운 모기들이 득실대는 기간이지만, 보호자들의 편의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다.
“은사님을 따라 시작한 해외 의료봉사인데 어느덧 제가 가장 오래하고 제일 나이 많은 사람이 됐더군요. 사실 의료봉사 가면 제가 하는 것보다 도움이 되고 얻는 것이 더 많아요. 얻는 감동이 훨씬 더 크죠.”
불신의 눈으로 한국 의료팀을 바라봤던 베트남 사람들이 인식을 바꾸게 된 것은 ‘성실함’과 ‘꾸준함’ 덕분이었다. 미국, 프랑스, 일본 의료팀들이 2박3일정도의 짧은 기간 봉사한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의료팀은 8박10일이라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봉사를 수행했고, 매년 빠지지 않고 온 덕에 신뢰도 착실히 쌓아왔다. 라디오로만 하던 환자 모집 안내도 TV로까지 확대됐다.
“수술 못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안타깝죠.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가족 중에 기형이 있다는 것은 큰 불행인데, 그 가족들에게 웃음을 다시 찾아준 것을 보면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잘한 일이구나 하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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