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하느님의 종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을 확정한 교황청의 발표를 계기로 순교자들의 신앙과 삶을 본받으려는 노력이 한국교회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교회사연구소 고문 조광(이냐시오) 교수는 15일 서울 명동 한국교회사연구소 강의실에서 열린 연구동인회 제1회 특별강좌에서 이같이 밝히고, “시복시성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더불어 오늘날 그들을 본받고자하는 실천적 행동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30주년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발표한 조 교수는 “200명이 넘는 한국교회의 성인과 복자들이 신자들의 삶과 무관하다면 결코 교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단 한 명의 성인, 순교자라도 영적인 멘토로 삼고, 그들과 인격적인 대화를 시도해야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물질주의의 도전을 받고 있는 한국교회가 영성의 쇄신과 생활의 결단을 수반한 시복시성 작업을 진행하며 그들의 죽음을 재해석할 때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시복시성의 목적과 의미를 거듭 새롭게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순교자와 증거자들의 죽음은 화석화되고, 역사를 역행하는 불행한 사태가 전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더불어 최근 30년 동안 한국교회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며, 현대사라는 역사과정을 통해 교회가 한국사회와 문화의 일부로 깊게 뿌리내렸다고 역설했다.
1984년 103위 시성식 이후 한국교회는 창설 200주년 기념행사,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발전 계기를 찾고자 했다. 19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인권옹호운동 및 민주화 운동을 지속하며 종교 집단 가운데 가장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조 교수는 “침체되고 있는 유럽, 미주, 중남미 교회와 달리 활기찬 교회로써 세계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가능성과 책임을 확인하게 됐다”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현대교회사 전개 과정을 살펴볼 때 한국교회는 사회와 인류를 위한 과제를 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언급한 한국교회의 과제는 민족복음화, 인류복음화를 위한 투신,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결단 그리고 시복과 시성을 위한 노력 등이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시 태어남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전한 조 교수는 “현대 한국교회의 쇄신과 활동을 통해 미래적 현실의 역사는 지금부터 쓰이고 있다”며 “복음적 행동이 수반된 변화를 통해 한국교회는 한국민족의 진정한 구원을 위해 봉사하며 ‘사랑의 문화’를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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