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신치토세 국제공항. 트랩을 나서는 주재영(바오로·81·서울 신내동본당)씨는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아니, 그의 심장은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부터 이미 세차게 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벌써 세 번째 일본 방문이지만 올 때마다 가슴 뜨거워지는 체험을 해온 터라 이번 방문에 거는 그의 기대는 남달랐다.
“몇 권의 책을 보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얼굴을 대하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오랫동안 헤어져있던 친형제를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2월 10~14일 4박5일간 일본 삿포로교구 방문 행사에 나선 서울 신내동본당(주임 이기우 신부) 신자들은 모두 20명. 저마다 가슴에 품은 기대나 사연들은 달랐지만 일본교회 신자들과 형제애를 나누며 신앙을 더욱 돈독하게 한다는 데는 한마음이었다.
방문 이튿날부터 한국과 일본 두 교회 신자들이 빚어내는 믿음과 희망, 사랑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첫 공식일정으로 홋카이도 전역을 관할하는 삿포로교구 교구청을 찾은 신내동본당 방문단은 교구장 베르나르도 카츠야타이치 주교와 만남의 시간을 갖고 일본교회에 대한 이해를 조금씩 넓혀나갔다.
관할 면적은 남한의 80%에 이르지만 교구 전체 신자라고 해야 1만6900여 명에 지나지 않고 한 해 새 영세자는 200명을 넘기 힘든 상황이어서 카츠야타이치 주교의 고민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저희 교구 방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찾아오시는 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격려가 되고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본교회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이어지는 일정은 일본 신자들의 환대와 감동의 연속이었다. 방문단의 발걸음은 지난 2011년 10월 신내동본당과 자매결연을 맺은 삿포로교구 무로란(室蘭) 지역 4개 본당으로 이어지며 사랑의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 레지오 마리애, 희망을 확인하다
삿포로(札幌)에서 두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첫 기착지인 노보리베츠(登別)본당(주임 송영준 신부)에서는 11일 오후 의미심장한 행사가 마련됐다. 홋카이도지역에 신앙이 전해진 이래 삿포로교구를 통틀어 처음으로 레지오 마리애 선서식이 열린 것.
신내동본당 신자들이 지난 2011년 2월 삿포로교구를 처음 방문했을 때 성모상과 벡실리움 등을 선물하며 레지오 마리애를 전한 이후 레지오 마리애 일본어 교본 등을 전하며 꾸준히 교류를 이어온 결실이 이날 맺어진 것이다.
신자라고 해야 성당에 나오기 힘든 노인까지 합쳐 모두 72명인 본당에서 9명이 ‘원죄없이 잉태되신 모후 쁘레시디움’ 단원으로 ‘성모님을 통하여, 성모님과 함께 성모님께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힌 이날 행사에서는 곳곳에서 감격의 눈물이 비쳤다.
이날 성모님께 자신을 봉헌한 쓰루타 마사이에(베드로·89)씨는 “잘 모르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 지금부터 평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중학교 교사로 가장 젊은 레지오 단원이 된 이토 아사미(임마쿨라타·35)씨는 “작은 우리 본당공동체를 위해 힘써주심에 감사드린다”면서 “신앙에 새롭게 눈떠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삿포로교구로 파견돼 일본 신자들 가운데서 하느님을 전해오고 있는 송영준 신부(의정부교구)는 “많은 이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그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교류 행사가 복음화의 가능성과 힘을 확인하게 되는 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송영준 신부가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는 히가시무로란(東室蘭)본당에서도 ‘성가정의 모후 쁘레시디움’ 선서식이 이어졌다.
한국 신자들의 삿포로교구 방문은 12~13일 1박2일에 걸친 일본 신자가정 홈스테이에서 절정이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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