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간 홈스테이를 하게 될 쓰네마츠씨 부부 집을 찾아가는 내내 주재영(바오로·81·서울 신내동본당)씨의 입에서는 자랑과 회고담이 끊이지 않았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대단한 사람들이에요.”
주위도 잘 보이지 않는 어둔 밤, 차에서 내리는 주씨와 그의 룸메이트 최헌식(플로렌시오·56)씨를 발견한 쓰네마츠 마사시(마티아·70·삿포로교구 다테본당)씨가 달려와 두 사람을 와락 껴안는다. 그 포옹이 정말 뜨겁게 느껴졌다.
지난 2012년 2월 삿포로교구 방문 때 쓰네마츠씨 집에서 처음으로 홈스테이를 하고 이듬해 10월 이들 부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기꺼이 자신의 집을 내주기도 한 주씨의 느낌은 남다른 듯했다.
“오랜 친구라기보다, 한 형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쓰네마츠씨의 부인 쓰네마츠 야스코(세실리아·69)씨가 저녁상을 봐둔 지 오래지만 남자들은 양손을 맞잡고 정을 나누는데 여념이 없다.
주씨와 최씨는 먼저 자신들이 정성껏 준비해간 선물보따리를 푸는 것으로 그간 나누고 싶었던 마음을 전했다.
“이건 제 집사람이 꼭 전해달라는 거고…. 이건 제 딸이 직접 골라준 선물입니다.”
한 짐이나 되는 선물들 가운데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이 빠지지 않는다.
쓰네마츠씨 부부도 부인이 직접 만든 가방을 선물하며 마음을 전했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그간의 안부를 나눈 후에야 저녁상에 마주 앉았다.
이들의 만남을 돕기 위해 노보리베츠본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교포 이정우(마리아 글라라·80)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식탁에는 보기만 해도 정성이 느껴질 만한 먹거리들이 올랐다. 깔끔한 횟거리에, 집 텃밭에서 직접 가꾼 채소 등이 오랜 친구를 맞는 듯한 정성을 엿보게 했다.
야스코씨가 내온 술이 몇 순배 돌자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어갔다.
4대째 구교우 집안에서 13남매 중 아홉째로 태어난 쓰네마츠씨의 얘기는 한국에서 온 신자들에게도 신기하게 다가왔는지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교회 신자들에게서는 힘이 느껴져요. 하나된 모습으로 힘차게 성가도 부르고 기도를 바치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젊은 시절 중등학교 수학·과학 교사로, 특수학교 교사로 교편을 잡았던 쓰네마츠씨 부부는 순간순간 한국교회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냈다.
본당 신도회 회장을 몇 차례나 지낸 바 있는 쓰네마츠씨는 일본교회의 현실에 빗대어 “자기만 바라보는 개인주의적인 신앙을 신앙이라고 할 수 있을지” 연거푸 되물었다.
밤이 깊어감에 따라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의 신앙고백도 덩달아 깊어져가는 느낌이었다.
최헌식(플로렌시오)씨는 “어디 먼데가 아니라 바로 옆 동네 형제 집에 온 느낌”이라며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하느님께서 함께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어느 새 훌쩍 흘러가버린 시간, 주재영(바오로)씨가 자신들을 환대해준 이들을 다시 한국으로 초대했다.
“올 가을에 꼭 한국에 오세요. 여러분은 형제나 다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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