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로 들어가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인상적인 소감들을 풀어낸다. 어지간한 서평 수준은 너끈히 넘어서는 발표들도 이어진다. 각각의 나눔 끝머리에 맛깔나게 덧붙이는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짧은 한마디가 주는 여운은 이 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 또한 단박에 알게 했다.
서울 문정동본당 ‘영적독서모임–책향기’(회장 이연실, 주임 염수완 신부) 회원들은 짧게는 1년 여, 길게는 5년 여간 신심서적 읽기와 모임을 이어온 주인공들이다.
지난 2010년 본당은 ‘책사랑, 이웃사랑, 하느님사랑’을 모토로 독서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본당에서는 신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책을 선정하고 책읽기의 재미를 더하는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등을 지원, 신자들의 일상에 독서문화가 스며들었다. 정해진 기간이 끝나면서 전 신자들이 참여하는 호응은 줄었지만, 독서운동의 싹은 ‘영적독서모임–책향기’라는 열매를 이뤄냈다.
회원들은 영적독서와 독서모임을 하면서 더욱 사랑하고 더욱 큰 행복을 만끽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의 지혜,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지혜를 폭넓게 얻을 수 있는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책향기’를 책과 대화를 매개로 삶과 신앙의 양분을 제공하는 못자리와 같다고 설명한다. 작은 규모지만 가톨릭적인 독서문화를 이어가자는 회원들 간의 공감대도 이 모임을 운영하는 힘이 되고 있다.
현재 ‘책향기’는 40~60대 회원 10여 명의 참여로 꾸려지고 있다. 회원들은 매월 선정도서들을 읽고 격주로 모임을 갖는다. 본당 사제·수도자들은 매월 양서를 추천하는데 힘을 보태준다. 다양한 연령대의 회원들이 함께 대화를 하다보면 독서가 혼자만의 감동으로 끝나지 않고 몇 곱절 더 큰 지혜와 감동으로 다가오는 체험이 이어진다. 게다가 엄마들의 독서 활동은 각 가족구성원들, 특히 자녀들에게 좋은 모범으로 다가간다고.
“성숙한 신앙을 갖추고는 싶지만 성경이 너무 어렵게만 느껴져 우선 영적독서를 시작했는데요. 거창한 의지를 다지지 않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님을 만날 수 있어 더욱 기쁩니다.”
반면 젊은 신자들의 참여의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은 큰 아쉬움으로 꼽는다. 보다 많은 신자들에게 영적독서의 가치를 알리는 것도 시급히 실천해야할 과제라고 말한다. 게다가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책을 읽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꽤 크게 다가올 때도 많다고. 하지만 회원들은 이 또한 꾸준히 지속하다보니 일상의 흐름과 성향에 따라 각기 다른 독서법을 찾아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전한다.
책향기 이연실 회장은 “독서는 단순히 무엇인가를 배우고 채우기 위해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여유와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시간으로 큰 의미가 있다”며 “무엇보다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만큼, 앞으로도 책을 매개로 본당 안팎에서 이웃들과 소통하는데 더욱 힘을 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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