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저녁미사가 끝난 지 한 시간도 넘은 시간이지만 전주교구 인후동본당(주임 범영배 신부) 만남의 방에는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만남의 방에 모인 이들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말씀 한 구절 한 구절을 낭랑한 목소리로 정성스럽게 읽고 있다.
“성경통독을 하고 오면 착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곤 해요. 일상에서 생긴 짜증이나 불만이 이 시간 중에 정화돼 그런가 봐요. 제 신랑은 신자가 아니지만 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성경통독을 다녀올 시간에는 착실하게 애들을 봐주면서 잘 다녀오라고 배려해줘요.”
이주숙(아녜스·39)씨의 말대로 성경통독을 한 효과는 본인뿐만 아니라 주위에서도 느끼고 있다. 오랜기간 냉담하던 신자들도 성경통독을 한 이후로 평일에도 미사를 나오며 신앙의 기쁨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그 전까지는 단순히 미사에 참례하는 것만이 제 신앙의 전부였어요. 그러나 성경통독을 하면서 말씀이 조금 더 제 삶에 접목됐죠. 일상생활 중에 말씀이 와 닿음을 느끼니 성경통독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정은자(글라라·44)씨는 오늘도 마음에 와 닿은 구절에 밑줄을 긋는다. 성경통독이 끝나고 나눔 시간. 마음에 와 닿았던 구절과 삶 속에서 느꼈던 말씀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성경통독 참가자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친교를 나눈다.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매일 성경을 읽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하니까 가능하죠.”
김명진(미카엘라·46)씨는 맛있는 차를 준비해 통독하는 교우들과 함께 나눠 마셨다. 차를 마시면서 최근 읽은 신심서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성경읽기표에 정해진 대로 매일 성경을 읽는 것 외에도 신심서적을 정해 읽는 것이 이 통독반의 특징이다.
인후동 본당에는 총 4개의 성경통독반이 있고, 각자 고유한 특징이 있다. 처음 시작한 대부·대자가 함께하는 통독반은 벌써 2번째 성경을 완독하고 3번째 통독을 시작했다. 인터넷에서 문제지를 찾아 출력해 통독 이후 풀어보는 통독반도 있고, 성경 필사를 하면서 통독을 하는 반도 있다.
인후동 본당 성경통독은 3년 전 성인예비신자 교리교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세례식 이후에도 꾸준히 만남의 기회를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성경통독 모임은 어느덧 4개로 늘어났고, 2월 중순부터 또 다른 통독반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게시판에 올라왔다.
“선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직장 동료들에게 제가 성경통독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더니 신자가 아님에도 관심을 가지는 분이 계셨고, 그분과 함께 우리 본당에서 미사 참례를 하기도 했어요.”
성경통독 중에 느낀 기쁨을 주위에 말하는 것만으로도 윤소영(에스텔·39) 씨는 선교를 실천했다. 이처럼 통독모임에 나오는 신자들이 기쁘게 사는 모습은 봉사자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성인예비신자 교리교사 신경순(소화데레사·58) 씨는 “예비신자 교리가 끝나고 단 한명이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하고 있다”며 “통독반을 하면서 주님께서 함께 하심과 제 신앙이 따뜻해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후동본당 주임 범영배 신부는 “신자들 스스로가 성경 통독 모임을 만들고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은 참으로 기쁜 일”이라며 “주님 말씀 안에 누리는 기쁨을 주변 신자들과 함께 나누며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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