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는 보통 예수 부활 대축일(4월 20일)을 맞이하기 위한 회개와 보속을 행하는 40일의 기간으로 알고 있다.
예수님의 40일 단식이라는 모범뿐만 아니라 노아의 홍수기간, 이스라엘 민족의 40년 방랑, 모세의 40일 단식 등에서 40이라는 수가 갖는 성경적 의미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사순시기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기 어렵다.
초대 교회부터 예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참회의 시기를 지켰으며 325년 니케아공의회 기록에 사순시기 기간이 40일이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니케아공의회 또는 그 이전에 사순시기 기간이 정해졌다고 추측 가능하다.
머리에 재를 얹는 의식으로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그리스도교에서 재는 통회와 세상의 덧없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사순시기 미사전례에서 기쁨을 표현하는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는 하지 않고 사제가 입는 제의 색깔도 자색(보라색)으로 바뀌는 이유 역시 사순시기가 회개와 보속의 시간이라는 점을 반영한다.
사순시기 중 신자들이 지켜야 하는 의무로 대표적인 것이 단식과 금육, 십자가의 길이다.
‘가톨릭기도서’는 십자가의 길에 대해 “아무 때나 바칠 수 있지만 특별히 사순시기 금요일과 성금요일에는 마땅히 바쳐야 한다”는 권고를 하고 있다.
단식은 과거 대재(大齋)라 부르던 것으로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식에 관한 가장 최근의 규정이라 할 1966년 교황 바오로 6세의 교황문헌 ‘페니테미니’(Paenite mini)에 따르면 단식은 만 21세부터 60세 되는 날까지 지켜야 하며 신체가 허약한 경우에는 관면이 가능하다.
단식이라 해서 음식을 전혀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점심은 충분히 먹고 아침과 저녁은 각 지방의 관습에 따라 음식의 양과 질을 조절하도록 하고 있다.
금육은 과거 소재(小齋)에 해당하는 것으로 재의 수요일과 사순시기 매 금요일마다 육식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달걀과 우유, 육축의 기름으로 된 양념 등은 먹는 것이 허용된다.
단식과 금육은 그 자체로는 의미를 갖지 못한다. 신자들은 단식과 금육으로 절약한 물질을 모아 가난한 이웃을 위한 자선행위를 실천해야 한다.
“우리는 하느님의 상속자입니다.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인 것입니다. 다만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분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합니다”(로마 8,17)라는 성경구절은 사순시기가 단순히 고통을 감내하는 기간이 아니라 신앙을 쇄신하고 실천함으로써 예수 부활 대축일을 뜻깊게 맞이할 준비를 하는 기간임을 선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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