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cm 안팎의 왜소한 체구의 허승희(34)씨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는 너무도 무거웠다.
아버지의 폭력과 잦은 말다툼 끝에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게다가 가난까지 승희씨 가족을 괴롭혔다.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던 오빠들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실질적인 가장인 승희씨가 생업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나이 17살이었다.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 교실에 앉아 있는 동안 승희씨는 미용실에서 하루 종일 손님들과 씨름했다.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지만 두 살 아래의 여동생 준희씨(32)를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일했다. 10년 가까이 사회 활동을 했지만 가난은 떨쳐내기 힘들었다. 몸에 이상을 느낀 것도 그즈음이었다.
“몸이 자꾸 이상하더라고요. 몇 번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넘겼는데 병원 가서 진단을 받으니 확장성 심근증이라고 하더군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입원 치료를 해야 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의 병을 모르는 척 지내며 생활비를 버는데 열중했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승희씨를 갉아먹은 병마는 2009년 다시 한 번 찾아왔다. 몇 년을 방치했던 병은 더욱 위중해진 상태였다.
그렇게 승희씨의 힘겨운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불행 중 다행으로 동생 준희씨가 곁에 있었지만 두 자매의 힘만으로는 병원비와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언니의 병간호로 동생은 직장생활을 할 수조차 없었다. 점점 늘어나는 부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승희씨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심장이식 수술만이 살길이었다.
천만다행으로 심장재단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12월 심장이식수술을 받았다. 마침 승희씨 혈액형과 맞는 심장도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무거운 삶의 무게는 승희씨의 심장을 짓누른다.
퇴원할 날은 다가오는데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전에 살던 반지하방은 세균과 곰팡이, 미세먼지로 가득 차 면역력이 떨어진 승희씨에게는 치명적인 곳이다. 집을 새로 얻어야 하지만 보증금이나 월세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 게다가 퇴원 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받아야 하는 조직검사 비용이 150만 원이라는 말에 걱정이 앞선다.
“저는 헤어디자이너, 준희는 피부관리사가 꿈이었어요. 둘이 같이 동네에 작은 미용실을 내서 운영하자고 했는데, 하루 빨리 병실을 나가고 싶어요. 빨리 건강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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