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발성을 갖고 있는 교회입니다. 선교사도 없이 평신도들이 복음을 읽고 공부하며 천주교를 받아들였죠. 이것이 우리의 성향입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한인신학원에서 내외신기자회견을 갖고, 추기경 서임 소감, 교황 방한의 의미, 북방선교 등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염 추기경은 이 자리에서 한국교회의 역동성을 강조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복음을 전하는 기쁨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염 추기경과의 일문일답.
- 추기경이 된 소감과 각오
▲ 애초 임명 당초에도 저를 제외한 모두가 기뻐했다. 저는 과연 일을 잘 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했다. 추기경은 ‘돌쩌귀’라는 뜻으로, 교황을 도와 신자들을 잘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소중하고 막중한 책무를 잘 알고 있다. 추기경의 붉은 옷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여러분이 도와주실 것을 믿고 추기경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
- 한국교회는 강하고 젊다. 한국교회 선교의 문제점과 개선할 바는
▲ 과거 역사를 보면 한국에 파견돼 일생을 이곳에서 살다가 뼈를 묻거나 순교한 분들이 계시다. 선교를 나간다는 것은 그 나라를 사랑해야한다는 것이며, 곧 사명을 다하는 것이다. ‘그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땅을 차지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선교 방법도 달라져야한다. 신부님뿐 아니라 수도자, 평신도, 그 나라 사람들 모두가 도와주고 함께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8월 방한 가능성과 그 의미
▲ 교황께서 꼭 한국에 오시기를 희망하고 기도한다. 서임식 때 갑자기 큰 소리로 ‘한국을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말씀하신 교황께, 저도 “우리 한국인들도 교황님을 사랑합니다”고 대답했다. 교황님께서 한국을 사랑하시기에 꼭 방문하실 것이라 믿는다.
한국교회는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등 아시아 교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바가 크다. 교황님이 한국에 오시면 많은 아시아인들에게 기쁨이 될 것이다.
- 교황의 방한이 북방선교에 미치는 영향
▲ 중국과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점이다. 복음의 목적은 북한과 중국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도 쓰러뜨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파티마의 성모 발현도 당시 구소련의 회개를 위해 기도했지 구소련이 붕괴되길 기도했던 것은 아니다. 변화를 바라셨던 것이다.
교황님께서도 특별히 북한을 위해 기도한다고 하셨다. 북한 뿐 아니라 전쟁의 상흔이 남은 우리 사회도 인간답게 되고 그런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한다.
- 남북한 이산가족 문제를 추기경 회의에서 전달했나
▲ 남한과 북한에는 이산의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분단의 현실로 인해 남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이 있어 마음이 아프다. 이런 고통을 받는 가족들과 함께하고 해결을 같이 해나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교황께도 남북한의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서임식 강론을 통해 “교회는 차별과 박해로 고통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고 평화와 화해를 이룰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하자”며 답을 대신하셨다.
- 올해 개성공단 방문 계획은
▲ 개성공단이 폐쇄됐을 당시 개성공단 신자들의 모임인 로사리오회에서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주길 부탁한 적이 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해 7월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미사를 명동 서울대교구 주교관에서 로사리오회 신자들과 봉헌한 적이 있다.
저는 현재 평양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다. 그래서 관할지역인 개성공단을 방문하고자했고 미사를 드리고 싶었다. 공단 방문이 긍정적으로 진행되다 결국 방문이 무산됐는데 언제든 도움이 된다면 그곳에 가보고 싶다.
- 추기경회의에서는 ‘가정의 복음화’를 주제로 어떤 의견이 오고갔나. 한국 가정은 어떤 문제 있나
▲ 한국 사회 역시 ‘가정’의 가치가 많이 변화하고 있다. 핵가족화 됐지만 일치하지 못하고 가족 간에 어려움이 많아졌다. 또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다. 교황님께서는 특별 시노드를 오는 10월 소집, 가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교회가 가정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좋은 답을 얻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생각은
▲ 정의구현사제단은 열정적인 분들이다. 아낌없이 헌신하시는 형제이자 사제로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 정치인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다면
▲ 교황님께서 23일 추기경 서임축하미사 후 12시 삼종기도를 위해 발코니에 나오셨는데, 당시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교황님은 코린토 교회가 베드로파와 바오로파로 분열되었던 때를 언급하며 그리스도교는 리드하는 사람의 것이 아니고 공동체가 중요함을 강조하셨다.
우리도 이에 맞춰 살아가야하고, 공동체가 잘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이점을 참조해 줬으면 한다. 우리 사회는 참 역동적인데, 90분을 싸우고 일은 10분만에 빨리빨리 처리한다. 이러한 역동성이 경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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