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는 다 아십니다. 우리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얼마나 고생하는지를 하느님께서는 너무 잘 알고 계십니다. 우리가 걱정하는 내일, 우리가 고생하는 오늘을 하느님께서 덜어주시고자 얼마나 애쓰고 계신지를 오늘 복음에서 느낍니다. 얼핏 들으면 하느님을 믿지 못하는 우리를 혼내시는 것 같습니다만, 예쁘고 소중한 우리를 하느님께서 얼마나 애지중지하시는지를 예수님께서 알려주십니다.
진짜 하느님께서 우리를, 나를 예뻐하시고, 챙겨주신다고요? 그런데 왜 제 삶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습니까? 이렇게 예수님께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 저희에게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쫓아서 오늘을 살았습니까? 아니면, 재물을 얻고자 하루를 살았습니까? 양쪽 다를 섬길 수도, 사랑할 수도 없다고 하십니다. 이 말씀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항상 가진 것을 버리고, 이웃에게 나누어 주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십니다. 다른 목소리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무슨 소용이야! 내가 먹고, 입고, 살 수 있는 돈이 있어야지! 내일을 위해 오늘 재물을 쌓아야 해!’ 라고 악신이 속삭입니다. 어떤 목소리를 들으셨습니까? 하느님의 목소리였습니까? 악신의 소리였습니까? 어떤 목소리를 따라 살았습니까?
솔로몬처럼 영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우리가 걱정하고 고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사랑하는 이들과 작은 집에서 따뜻한 밥을 먹고 함께 웃을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이 바람이 너무 과합니까? 대궐 같은 집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수성찬을 바라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내일을 살아내기 위해 우리는 걱정하고 고생해야만 합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면 좋겠습니다. 들풀이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우리의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테니까요! 예수님, 우리가 새나 들풀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우리가 지금 욕심을 내서 당신을 미워하고, 업신여기고, 섬기지 않는 것입니까? 우리가 그저 재물을 쌓기 위해 당신을 저버리고 있는 것입니까? 우리의 팍팍한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 지 몰라 힘겨워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희들에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요?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라고요? 오늘 고생은 오늘로 충분하다고요? 그럼, 내일은 고생 없이 먹고, 입고, 잘 걱정 안 해도 됩니까, 예수님? 죄송합니다, 예수님. 저는 그런 믿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내일이 걱정됩니다. 우리 가족이 누울 집 한칸, 밥 한그릇, 두꺼운 잠바 하나가 걱정입니다. 당신께서 다 마련해 주실텐데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입니까?
저는 믿음이 약한 사람입니다. 허락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내일을 걱정하면서 선물로 받은 오늘을 기쁘게 살지도 못하고 끙끙대고 있습니다. 이런 제게 하느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해주십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야서 49,15)” 이렇게 진한 사랑 고백을 하시다니 부끄럽습니다. 맞아요, 생각해 보면 하느님께서 저를 잊은 적은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제가 실패하여 좌절하고 울부짖을 때, 그 곁에서 함께 울고 계셨습니다. 제가 아파서 꼼짝할 수 없이 누워있어야 했을 때, 당신께서는 제 손을 잡고 옆에 계셨습니다. 제가 가족과 친구들과 아름다운 강과 산, 바다로 여행을 갔을 때, 자연 경관에 넋을 잃고 있을 때, 당신께서는 그 모든 것을 미리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저와 제가 사랑하는 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제가 성공하고 무엇을 이루었을 때도 하느님 당신께서는 저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저보다 더 기뻐하셨습니다. 제가 숨쉬는 매순간 당신께서는 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웃을 때나 눈물 지을 때나 제가 당신을 기억할 때나 혹은 잊고 살 때나 언제나 당신은 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당신을 잊고 살 때가 많았습니다. 당신께 화내고 실망하고 미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 당신께서는 다 알고 계십니다.
김동일 신부는 2003년 예수회 입회, 서강대 신학대학원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필리핀 마닐라 LST(Loyola School of Theology)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201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현재 예수회 수련원 부수련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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