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회는 다양한 변화의 역사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제도권 내의 교육에 대한 봉사와 다른 한편으로는 성당을 중심으로 한 교리교육을 실천하는 직무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이처럼 교회의 교육직무 실천은 크게 ‘학교교육’과 ‘교리교육’의 두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교리교육에 관해 지침을 준 ‘주교들의 사목 임무에 관한 교령 : 주님이신 그리스도’(Christus Dominus, 1965.10.28.)는 “교리교육의 기본 원리와 그 편성, 관련 교리서 편찬 등에 관한 그리스도인 교리교육 지침서” 작성을 지시하였다(44항). 이후에 빛을 보게 된 다양한 교리교육 관련 문헌들 중에서 다음의 네 문헌은 매우 중요하다. ‘교리교육 일반 지침서’(Ad Normam Decreti, 1971.4.11.), ‘현대의 교리교육’(Catechesi Tradendae, 1979.10.16.), ‘가톨릭 교회 교리서’(Catechismus Catholicae Ecclesiae, 1992.10.11.), ‘교리교육 총지침’(General Directory for Catechesis, 1997.8.15.). 이 중 ‘현대의 교리교육’은 교리교육과 관련한 첫 번째 교황 권고라는 의미를 지닌다.
‘현대의 교리교육’ 개요
‘현대의 교리교육’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로 1979년 10월 16일 반포되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권고를 통해 교리교육에 대한 자신의 첫 번째 견해를 밝힌 것이다. 전임 교황 바오로 6세는 ‘현대의 복음 선교’(Evangelii Nuntiandi, 1975.12.8.)에서 교리교육과 관련하여 중요한 원칙을 밝혔다. 그것은 교리교육을 교회 선교의 맥락에서 복음화 활동의 하나로 삼는다는 원칙이었는데, ‘현대의 교리교육’은 이 원칙에 입각해서 교리교육이 복음화의 맥락 안에 완전히 자리 잡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교리교육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그의 관심은 재위 시절 발표한 담화, 교서, 문서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현대의 교리교육’은 1970년대에 반포된 3개의 교리교육 관련 문헌들, 즉 ‘교리교육 일반 지침서’, 34개 건의안,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전했던 다양한 내용 중 교리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하여 구성하였고, 1977년에 있었던 제4차 주교대의원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에 답하기 위한 내용도 일부 포함되었다.
문헌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서론
▲본론
제1장. 우리의 스승은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제2장. 교리교육은 교회의 역사만큼 오래 된 활동
제3장. 교회의 선교 및 사목 활동 안의 교리교육
제4장. 기쁜 소식과 그 원천
제5장. 교리교육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제6장. 몇 가지 교리 교육의 수단과 방법에 관하여
제7장. 어떻게 교리 교육을 전수시킬 것인가
제8장. 혼란한 세계 안에서의 신앙의 기쁨
제9장. 교리 교육은 우리 모두의 직무
▲결론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도적 권고 ‘현대의 교리교육’은 복음화의 맥락 안에서 교리교육의 본질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했다. 사진은 서울 상계2동본당이 지난해 12월 15일 마련한 ‘구역별 교리잔치’에서 참가 신자들이 시험에 임하고 있는 모습.
권고의 구성과 내용 이해
문헌이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주요내용이 무엇인지 차례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론 (1-4항)
4항으로 구성된 서론은 교리교육의 정의와 교황 권고를 반포하게 된 동기를 서술하고 있다.
▲제1장(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 5~9항)
교리교육과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설명한 1장의 주된 내용은 ‘그리스도 중심주의’가 교리교육의 기초 신학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교리교육에서 그리스도는 유일한 스승으로서 교리교육 시간에 함께 하시며 교리교사를 통해 직접 가르치시는 교리교육의 주체이심을 강조하고 있다.
▲제2장(교리교육의 역사, 10~17항)
2장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0~13항은 교리교육의 역사에 대한 서술이고, 14~17항은 교리교육의 역사적 교훈에 대해 적고 있다.
▲제3장(선교 및 사목 활동 안의 교리교육, 18~25항)
3장 역시 두 가지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나는 교리교육과 복음선포의 관계를 설명한 내용이다(18~20항). 다른 하나는 복음화 과정 안에 있는 교리교육을 실제적 사목에 적용할 때 나타나는 여러 현상에 대해 설명한 내용이다(21~25항).
▲제4장(교리교육의 내용, 26~34항)
4장도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교리교육에서 전달해야 할 핵심 내용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26~31항). 둘째는 제4차 주교대의원회의에서 언급되었던 교회일치운동의 맥락에서 공동 교리서 구성 등과 관련하여 원칙을 제시한 부분이다(32~34항).
▲제5장(교리교육의 대상, 35~45항)
5장에서는 교리교육의 연령별 대상에 대한 특성 설명과 교리교육의 방향을 제시한다. 권고에서 제시한 대상으로는 유아, 아동, 소년, 청년, 청소년, 신체장애자들, 종교적 후원을 못 받는 청소년들, 성인, 준예비자가 있다. 이 중 특징적인 점은 청소년들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언급하면서 깊이 있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제4차 주교대의원회의 주제가 청소년에 대한 내용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제6장(교리교육의 수단과 방법, 46~50항)
6장은 교리교육의 수단과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47항에 언급된 교리교육의 장소에 대한 설명은 신선하다. 문헌에서 제시한 교리교육 장소란 그리스도교 신앙이 일어나는 모든 곳을 의미한다. 이는 교리실과 성당이라는 협의적 장소 개념을 넘어서서 교리교육이 필요하다면 어느 곳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제7장(교수방법, 51~55항)
7장에서는 교리교수법에 대한 내용과 토착화문제, 종교 심성의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 중 토착화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교리교육 관련 교회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인데, 권고에서는 토착화의 원리로 육화의 원리를 강조하고 있다.
▲제8장(현실세계 분석, 56~61항)
8장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현대세계를 교회의 시각에서 분석한 내용으로 신앙을 갖고 살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한 내용이다. 둘째 부분은 이러한 세상에 빛을 비추는 신앙의 기쁨과 확실성을 지니도록 교리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내용이다.
▲제9장(교리교육의 책임자, 62~71항)
9장은 교리교육을 책임지는 사람들에 대한 설명이다. 교리교육의 책임자는 모든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모두가 교리교육의 책임자라는 의식을 지니고, 이것을 하나의 직무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론(72~73항)
성령의 역사하심과 성모님의 전구를 청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고의 구성상 특징
‘현대의 교리교육’은 교리교육에 관한 첫 번째 교황 권고이다. 그렇기에 이전에 있었던 관련 문서들의 내용을 모두 포괄하면서 교리교육의 전반적인 모든 사항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즉, 특정 사항에 대한 지침이 아니라 일반적 사항에 대한 지침과 기준을 제시해 주고자 했기에 문헌은 많은 내용을 조금씩이라도 담아내려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교리교육의 목적, 내용, 범위, 형태, 대상, 주체, 방법, 교수법 등 방대한 주제를 다루게 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구본만 신부는 1999년 사제품을 받고, 2008년 로마 교황청립 살레시오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가톨릭대학교 ELP학부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