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벳에 나와 지내게 된 이후로 갖게 된 큰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고민은 바로 각 공소에서 활동하는 교리교사들에 관한 고민이었습니다.
어느 교리교사 모임 때 몇몇 교리교사들을 뽑아 공소예절을 진행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곤 깜짝 놀랐습니다. 제대로 할 줄 아는 교리교사가 두셋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전혀 공소예절을 진행할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교리교사가 된 지 얼마나 됐는지 물었습니다. 그들의 대답은 놀라웠습니다. 가장 늦게 시작했다는 교리교사가 8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래된 교리교사는 2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최소 8년 전에 교리교사가 된 교리교사들은 8년 동안 공소예절도 제대로 안 하고 활동비만 받아 챙긴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동안 주일 공소예절은 어떻게 한 것일까? 그 주일에 맞는 독서와 복음을 찾아 읽긴 한 건가? 알고 보니, 공소예절은 대충 성가 몇 곡을 부르고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 영광송을 바치는 정도로 치러졌고, 일부러 케냐에서 전례력이 담긴 달력을 공수해 나눠줬건만 전례력에 따라 그 주일의 독서와 복음을 찾아 읽는 교리교사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공소예절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자신이 교리교사로 활동한지 8년이나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그래서 작년부터 매달 열리는 교리교사 모임 때 공소예절 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모임 때마다 두세 시간씩 교육을 했지만 나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스파르타식 합숙 훈련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쉐벳성당의 여건상 벽돌 만드는 일로 분주하기도 하고 해서 교육 기간은 일주일로 정했습니다. 일정은 아침 6시 기상해서 아침기도와 미사에 참례를 하고 비스켓과 차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바로 오전 수업으로 공소예절 진행, 주일 독서와 복음 찾기를 배우고, 점심식사를 한 다음 교리수업과 성가교육을 받고 묵주기도로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식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교리교사 합숙 훈련이 시작 됐고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이들의 무지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셋째 날부터는 조금 달라짐을 느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이 이번 합숙 훈련에 임하는 자세가 특별했습니다. 대부분의 교리교사가 쉬는 시간에 잡담을 하고 노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복습하고 있었고, 조용한 저녁 시간에는 그날 배운 성가를 연습하는 소리가 저희 숙소까지 들려왔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테스트를 해보니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잘 해냅니다. 그리고 교리교사 자신들도 신이 났습니다. 이제는 공소예절을 잘 이끌 수 있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엉터리로 활동해온 점에 대해 꾸짖고 싶었지만 다시 한 번 꾹 눌러 참고 앞으로 잘 해달라고 당부합니다.
▲ 공소예절을 잘 모르는 교리교사들을 위해 일주일간 진행된 합숙 훈련 모습.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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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를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