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중순 근처 탄천에서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운동하던 중 총무님 전화가 왔습니다. 시원한 맥주 한잔 어떠냐고? 운동복 입은 채로 약속 장소에 가니 새로 부임하신 주임 신부님과 같이 있는 게 아닙니까?
땀을 흘리고 마시는 맥주의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두어 잔 하고 난 뒤 신부님의 말씀, “회장님! 총회장 맡아 주십시오.” ‘이게 무슨 말인가? 마른날 날벼락도 분수지. 한참 부족한 저를….’ 극구 사양했지만 결국은 순명했습니다.
그러나 ‘초기의 총회장님과 상임 위원들의 업적을 어떻게 이어받을 수 있을까?’, ‘교우들이 화합과 일치를 이루도록 어떻게 해야 하느냐?’, ‘주임 신부님의 사목 방침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행할 것인가?’ 등 여러 고민은 깊어만 갔습니다.
초보 총회장으로 그동안 여러 행사를 주임 신부님의 지도와 상임사목위원들의 협력, 교우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끝냈습니다만, 교우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준비가 부족한 것이 없었는지 등 여러 생각이 많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속앓이도 했습니다.
올해는 본당 10주년의 해입니다. 여태까지 봉헌과 기도로 외적 성전을 훌륭히 신축했다면 이제는 내적 성전을 쌓아올려야 하는 때인 것 같습니다. 5600여 명 교우의 기도와 화합으로 예수님께서 하셨듯이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차곡차곡 채우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짧은 역사이지만, 초기의 역사인 만큼 ‘10주년 책자를 발행해야 하나?’, ‘행사의 기간과 내용은 어떻게 하느냐?’를 생각하던 중 마태오복음 6장에 나오는 복음이 생각났습니다.
“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하며 걱정하지마라.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1.33)
제가 총회장으로서 맡겨진 직분을 어떻게 훌륭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총회장직을 맡겨주신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우심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로 다짐했습니다. 제가 주님의 뜻을 찾고 그것을 이루려 노력한다면 주님께서는 총회장의 직분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시리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겸손한 마음으로 수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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