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를 영하고 묵상을 하는데 불현듯 2월 한 달 동안 불우이웃돕기 자선 미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고민할 것 없이 본당에 말해서 주보에 공지를 하고, 예약을 받기 시작했어요. 꾸준히 예약 전화가 들어오고 있네요.”
안산대리구 하안본당 주보에 이색적인 안내가 실렸다. 매직은 2만 원, 일반 펌은 1만 원, 수익금 전액은 빈첸시오 자선헌금으로 적립된다는 내용을 보고 찾아간 미용실에서 예약한 손님의 머리를 정성스럽게 손보고 있는 이선진(헬레나·54·하안본당)씨를 만날 수 있었다.
“단순한 봉사라기보다는 봉헌이라고 생각해요. 봉헌을 하기 위해서는 제가 가진 것 일부를 먼저 내놔야죠. 약값이나 시간 이런 걸 계산하고 생각하고 한다면 그것은 봉헌이 아니죠. 제가 사는 곳 주변에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으시니까 그분들을 위해서 제가 가진 능력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월 한 달만 하는 봉사지만 약값과 시간을 생각하면 쉽게 내릴 결정이 아니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금전적으로는 손해가 되는 상황이지만 이씨는 보다 더 많은 이들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약값, 시간, 노력 모두를 봉헌한다고 생각하니 찾아오는 사람들 만날 때마다 기쁨이 차올랐다.
“4월이면 저는 모로코로 떠납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하는 해외봉사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한 2년 동안 모로코에서 미용기술을 전수할거예요. 떠나기 전에 주위 분들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었는데 이거다 싶었죠.”
이씨가 봉사를 시작한 때는 1997년이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한 봉사가 어느덧 17년이란 세월동안 이어져왔다. 민간 봉사회 단체 회장도 맡았었고, 기금 마련도 하면서 봉사의 참맛을 알게 된 이씨는 이후로도 꾸준히 봉사를 할 계획이다.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본당 빈첸시오회에서 실시하는 미용봉사에 참여하곤 한다.
“봉사를 하면 제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아요. 뿌듯하죠. 제가 시간이 맞고 여건이 되면 평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가지고 있는 재능을 봉사하는데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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