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32항만이라도 꼭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그 ‘충격’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쩌면 한국교회에서 교황 권고는 수용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왜냐하면 교황은 한국교회의 평신도,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 모두에게 거의 ‘금기시’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기’로 삼는다는 것은 그만큼 ‘거대한 전환’ 혹은 ‘충격’을 가져올만하다는 뜻입니다.
우선 교황은 교황직의 쇄신을 밝히며 “다른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자신도 실천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쇄신에 모범을 보이겠다는 뜻입니다. 이는 한국교회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수군거릴 이야깃거리에 불과했지만, 사실 보편교회 차원에서는 오랫동안,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는 말 그대로 ‘가장 핫한’(hottest) 주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교황은 보편교회의 중앙조직들의 개혁을 희망했습니다. 안타깝지만 한국교회 대부분의 ‘하느님 백성’에게 보편교회는 곧 ‘로마’를 의미했습니다. 일부 성직자와 수도자 사이에는 ‘한국교회는 로마보다 더 로마적이다’는 말이 회자됩니다. 여기서 ‘로마’는 흔히 ‘교황청’으로 알려진 ‘보편교회의 중앙조직’을 말합니다.
그래서 이 표현에는 양가감정이 배어있습니다. 전통에 대한 자부심과 터무니없는 종속에 대한 부끄러움이 그것입니다. 그렇게 로마에 대한 일방적 짝사랑과 흠모는 ‘일치’로 간주되었고, 대신 ‘다양성’과 ‘합의체 정신’은 소멸됐습니다. 그런데 교황은 이를 “지나친 중앙집권”이라고 규정하고, 대신 ‘주교회의’를 “진정한 교리적 권위를 포함하여 구체적인 권한(교도권)을 지닌 주체”로 부각, 개혁 의지를 밝혔습니다.(이 주제 역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부들의 열망이었지만, 실현되지 못한 주제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두 가지 정도를 심각하게 성찰합니다. ‘심각한 성찰’이라고 한 이유는 교황의 이 공개적 권고가 갖는 함의 때문입니다.
하나는 교황직과 중앙조직의 쇄신을 교황이 명시적이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입니다. 교회의 사명(복음화, 선교, 세상 구원의 도구이자 표지로서의 교회)을 위해서라면 교황은 스스로 쇄신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역교회가 쇄신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하나인 교회’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됩니다.
다른 하나는 이 쇄신에 있어서 “우리는 별로 진전하지 못했다”, “지나친 중앙집권은 교회의 생활과 그 선교 활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며 공개적으로 고백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과연 교회는 그리스도의 교회다웠는가?’라는 자문이며, ‘쇄신’에 대한 열망입니다.
교황의 권고를 따른다면, 한국교회에서 통용되는 ‘복음화’는 ‘복음의 기쁨’이 밝히는 ‘복음화’로 쇄신되어야 합니다. 이 ‘쇄신’은 전환을 가져오는 ‘충격’일 것이며, 그래서 어쩌면 ‘복음의 기쁨’은 “함지 속에”(루카 11,33) 놓일지도 모릅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쇄신과 적응)처럼 말입니다. ‘전환’은 불가피하게 ‘자기부정’의 불편함과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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