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의 사제’로 불리며 2월 5일부터 23일까지 동계 올림픽 현장에 함께 했던 임의준 신부(서울대교구 직장사목부).
임 신부는 2월 27일 귀국 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장을 교회 안으로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현장에 속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더불어 신앙, 사제 그리고 신앙인만 함께 있다면 그곳이 바로 ‘교회’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임 신부는 서울대교구에서는 처음으로 올림픽 경기에 파견된 사제로 꼽힌다. 특히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는 타 종교를 막론하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신자선수들을 위해 파송된 종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부상당한 박승희(리디아) 선수가 병자성사를 받았을 때, 또 김연아(스텔라) 선수가 경기 전 아이스링크에 들어서며 성호를 긋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는 순간 감동적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는 임 신부는 “이들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앙을 증거 하는데, 교회는 무엇을 해주었는가라는 깊은 생각의 시작이 되었다”고 했다.
“여러 가지로 힘든 신자 선수들에게 말을 건내기 전,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라 하루종일 고민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직 준비가 덜 되었고,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 삶을 살아온 걸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임 신부는 치료실에서 만난 선수들로부터 “신부님이 기도해 주시고 미사 해주셔서 다행이예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또 신앙이 없던 몇몇 선수·관계자들이 미사 장면 등을 접하고 신앙에 대한 관심과 결심을 들려 주었을 때 “아, 정말 소치에 잘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올림픽 선수촌 내 종교관은 천주교를 비롯해 개신교, 동방정교회, 이슬람교 등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임 신부 외에도 이탈리아·폴란드·미국교회 등에서 사제들이 공식 선수단원으로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선수촌 성당에서처럼, 한국에서처럼 평상시 만나던 사람으로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는 임 신부는 “필요할 때 찾으면 바로 옆에 있어주려고 한 노력”을 소치에서 자신이 했던 ‘일’로 들려줬다.
“잠깐을 만나더라도, 미사도 못하고 눈인사만 나누는 상황이라도 선수촌 건물과 훈련장 근처에서 기다리고 만나고 웃어줬습니다. 여자 선수들에게는 인형도 사주고, 남자 선수들에게는 간식을 사줬죠.”
SNS를 통해 현지 소식을 계속 중계(?)하기도 했던 임 신부는 “그 어린 나이에 부담감을 안고 울고, 좌절하고, 그래도 신앙으로 다시 일어서는 선수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심정을 밝혔다.
이번 올림픽 파견 경험을 통해서는 “특수한 상황의 신자들에 대한 관심과 다가섬이 필요함을 느꼈다”고 했다.
“신자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다가섬의 확장과 하나의 표현으로 앞으로도 사제가 올림픽 등 큰 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모든 삶에는 그리스도가 함께 계심을 체험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것이 스포츠를 하는 선수건 아니건, 그리스도를 느낄 기회가 있다는 것은 은총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은총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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